재계 ‘기회의 땅’ 아세안 공략 ‘속도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03 16:00

삼성·현대차 등 진출 활발···이재용·정의선·신동빈 베트남 총리 접견

노동력 풍부하고 소비시장 커···해외 법인 설립도 증가세

中 경합도 높아지며 경쟁 치열···“반중정서 등 잘 활용해야”

재계 4대그룹 본사 전경.

▲재계 4대그룹 본사 전경.

재계 주요 기업들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인구가 많아 인건비는 저렴한데 소비시장은 커 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차 등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벌써부터 존재감이 상당하다. <관련기사 7면>




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셀 합작공장 'HLI그린파워' 준공식을 열었다. 양사는 이 곳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을 장착해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을 현지에서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 현지에서 일괄 생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방한 중인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를 만나 다양한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베트남 최대의 외국인 투자자이자 최대 수출기업으로 항상 베트남과 동행하겠다"며 “디스플레이 분야도 투자할 예정인데 향후 3년 후에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1989년 베트남 하노이에 삼성물산 무역사무소를 설치하면서 베트남에 처음 진출했다. 올해 기준 삼성의 대베트남 누적 투자금은 224억달러에 달한다. 현지에서 약 9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베트남의 수출액은 약 557억달러다.


지난 1일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찐 총리와 회동했다. 찐 총리는 현대차그룹의 베트남 내 투자와 경영 활동을 높이 평가하며 투자 확대와 인재 육성 지원을 요청했다. 정 회장은 따로 구상하고 있는 현지 투자 계획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찐 총리는 같은 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도 만나 스마트 도시 개발과 관광 분야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 효성 주요 경영진과도 만나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사업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찐 총리가 재계 주요 인사들을 연이어 만난 것은 우리 기업들이 그만큼 현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CXO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24년 국내 88개 그룹 해외계열사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이 미국, 중국 다음으로 해외 법인을 많이 세운 나라는 베트남이었다. 현지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 계열사 수는 2022년 268개에서 작년 299개, 올해 314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싱가포르(작년 206개→올해 217개), 인도네시아(187→199개) 등 진출도 활발하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에서 아이오닉5가 만들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등 차세대 모델을 생산하며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공략을 위한

▲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에서 아이오닉5가 만들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등 차세대 모델을 생산하며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일본차 천국' 아세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베트남 생산법인(HTMV)과 지난해 준공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까지 인도네시아 및 아세안 지역에서 안정적인 제품 개발, 생산, 판매체제 구축을 통한 차별화를 전개한다는 게 업체 측 생각이다.


롯데그룹도 아세안 공략에 적극적이다. 롯데마트가 베트남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롯데GRS는 최근 동남아 최대 식음료 무역 박람회에 참석하는 등 소비 시장을 노리고 있다. SK그룹은 빈그룹 등 현지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LG그룹은 로봇, 냉난방공조 시스템 등 기술력을 앞세워 수익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재계는 아세안을 선점한 일본을 따라잡는 동시에 무섭게 달려들고 있는 중국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중국의 對아세안→멕시코 투자 확대에 따른 영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아세안 100대 수출 품목 중 40개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32개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모양새다. 중국은 2018년 미국의 301조 관세부과 이후 대미 우회수출, 공급망 확보를 위해 대체 생산기지로 아세안 진출을 확대했다. 특히 경합 품목에는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분야가 다수 포함돼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인공섬 구축, 자원개발과 관련해 아세안 내 반중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K-컬쳐 활용과 함께 재생에너지·스마트시티, 의료·농업 분야 협력 증진과 교역 연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세안 공식 포털에 따르면 이 지역 전체 인구는 2022년 기준 6억7170만명 수준이다. 오는 2050년에는 인구가 8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30세 수준이다. 소비 시장과 생산연령 인구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진다는 뜻이다.



여헌우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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