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국가간의 관계를 ‘강대강’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10 11:02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이강국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방북하여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사실상 자동 군사개입 조항 복원 및 동맹관계 회복으로 간주될 수 있는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고 군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그러자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정부성명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경고하였다. 정부는 지금까지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아왔는데, 북한과 러시아간 군사협력에 대한 대응으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북한·베트남 순방을 마무리하는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한다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것은 아마 한국의 현 지도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맞서 러시아도 제3국에 무기를 공급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며, “북한과의 합의와 관련해서도 이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푸틴 대통령의 방북 계기 북러 조약 체결 및 군사협력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자 러시아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이 이도훈 주러시아대사와 만나 대결적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과 관련, 양자 협력 발전에 대한 한국 정부 고위 인사들의 반러시아적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과 러시아가 강수로 맞서면서 한러 관계가 격랑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그런데, 아무리 상황이 급박해도 냉정한 대처가 필요하며,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말을 동원해 강대강으로 대응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시 대만관련 발언으로 인해 한중 양국은 외교부 대변인(대변인실)을 통해 말싸움을 하고 상대국 대사를 초치하여 항의하였는데, 이번에 한국은 러시아와 치고받는 양태를 보였다.


현재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은 양측의 지도자가 서명을 하였으나 비준(Ratification) 전 단계로서, 국제법상 조약 절차로 보면 아직 성립되지 않은 미완성의 조약이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떠나자마자 조약 내용을 대외발표를 하였는데, 북러간 합의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김정은의 책략이다. 러시아에 대해 몰아치듯이 하는 것은 김정은의 책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러시아측에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 입장을 확실히 전달하고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의 효용성을 약화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관계는 국내정치 하듯이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나 사회주의 관행이 작용하고 있는 러시아는 맞대응에 익숙하다. 이러한 나라들과 대응과 맞대응이란 악순환의 수렁으로 들어가면, 한국만 어렵게 된다.




둘째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살상무기를 지원하면 러시아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에 할 수 있는 지원을 해 주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여 우리의 안보에 위해가 초래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데, 그로 인해 문제가 초래될 때 미국이 한국을 도와준다는 보장이 없다. 사드 배치를 추진하자 중국은 한국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했는데, 그때 미국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최근 북러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미중 및 미러 관계,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심화된 진영간 대립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에 대해 한국은 러시아에 강한 입장을 취하였으나, 책임이 큰 미국은 거의 오불관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한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용 무기지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실리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강대국 정치놀음에 이용되지 않도록 전략적이고 주도면밀한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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