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금융권,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 ‘역대 최대’
부실대출 지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
연체율 높은 저축은행, 대출 빗장걸기 강화
‘급전 수요’ 금리높은 카드·캐피탈 업계 쏠려
건설·부동산 업종 발 금융불안이 높아지며 2금융권 부실지표가 9년 래 최악의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가계대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는 가운데 서민급전 수요가 카드와 캐피탈 업계로 몰리는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권 '건설·부동산' 대출규모·부실대출 지표, 통계 이래 최고
14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은행·비은행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건설업과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각각 116조2000억원(55조5000억원+60조7000억원), 500조6000억원(309조1000억원+191조4000억원)에 이른다.
해당 통계는 금융기관들이 제출한 업무보고서에 기재된 실제 대출·연체 등 현황을 집계한 결과다. 비은행권엔 저축은행, 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가 포함됐다.
두 업종 잔액 모두 한은이 해당 업종 대출통계를 금융업권별로 나눠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건설업 112조1000억원, 부동산업 478조2000억원)보다 각각 3.66%, 4.68% 늘었고 2022년 1분기(101조4000억원, 437조2000억원)와 비교해 2년 만에 14.60%, 14.50% 증가했다.
대출규모에 이어 부실대출 지표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비은행권의 건설, 부동산업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각 7.42%, 5.86%로 역시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1분기(3.38%, 3.15%) 이후 1년 동안 각 2.2배, 1.9배로 올랐고 2022년 1분기(1.79%, 1.31%) 이후 2년 동안 각각 4.2배, 4.5배로 뛰어올랐다.
특히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저축은행에서 건설업이 19.75%, 부동산업은 14.26%에 달했다. 이 역시 최고 기록이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1년 전(4.41%)이나 2년 전(2.22%)의 무려 4.5배, 8.9배 수준이다. 저축은행 사태 직후 2013년 건설업종의 이 비율이 30%를 웃돌았는데 당시 수준에 빠르게 근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업도 최근 1년, 2년 사이 각 3.3배(4.36%→14.26%), 7.8배(1.82%→14.26%)로 치솟았다.
저축은행은 가계대출 '빗장'...카드 돌려막기 수수료는 상승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 업권은 대출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서민급전 수요가 카드와 캐피탈 업계로 몰리고 있고, 카드론과 리볼빙 금리는 치솟는 실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카드·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 말 대비 12조8000억원 줄어들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2022년부터 올 들어 6월 말까지 2년 반 동안 45조8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저축은행 가계대출은 작년 1조3000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200억원 줄었다.
저축은행은 적자 폭 확대에 따라 대출 빗장걸기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여신(말잔)은 100조7456억원으로 지난해 1월 115조6003억원 기록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1조3423억원(10.11%) 감소한 수치고, 2021년 12월(100조5883억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 상품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17곳이 취급한 사잇돌2대출의 평균금리는 14.99%로 지난 3월(14.67%)보다 3개월 0.32%P 올랐다.
한편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급전 수요는 높은 금리가 유지 중인 카드·캐피탈 업계로 몰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롯데·현대·신한·삼성·비씨·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금리는 5월 기준 14.22%로 전달(14.22%)와 비슷했고 1년 전(14.12%)보다는 소폭 올랐다.
결제성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평균 수수료율은 17.14%로 전달(17.13%)과 비슷했지만 작년 동월(16.10%)보다 1%P 넘게 상승했다. 리볼빙은 일시불로 물건을 산 뒤 카드대금의 일부만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는 서비스다.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0조5186억원으로 역대 최다였던 4월(39조9644억원) 대비 5542억원 늘었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론을 실행했던 카드사에 다시 대출을 실행하는 대환대출 잔액 또한 1조9106억원으로 4월 말(1조8353억원)대비 증가했다. 작년 동월(1조3417억원)보다는 6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올해 1분기 카드·캐피탈업계서 취급한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2조3814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6386억원)와 직전분기(1조9403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