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정국에서 '인간의 힘'으로 통제되지 않는 변수들이 거듭 부상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신의 뜻'이 있다는 목소리까지 불거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노화'로 인한 인지력 논란에 후보 교체론까지 언급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격을 입고도 생존해 건재함을 과시하는 역사적 장면을 쓰면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 인근에서 시민들은 연신 '신의 뜻'을 거론했다.
리치 카진스키(72)씨는 당시 총알이 날아가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언급하면서 “트럼프는 총알이 오기 직전에 고개를 돌렸다. 신이 그를 보호했으며 그 목적은 분명하다. 그것은 이번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밥 쿤스트(82)씨도 “그는 죽을 수도 있었지만, 신이 개입을 했고 살아남았다"면서 “나는 이것을 (사실상의) 선거 승리로 본다. 그들(민주당)이 선거를 또 훔쳐 가지만 않으면 이번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충격적 암살 시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살아남았으며, 사건 당시 불굴의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실상 대선 승리를 예약했다는 주장이다.
공화당 지지자 일각에서는 형사 기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기를 이어가면서 대선 승리가 예고되자, 이번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국외 주요 인사들 가운데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자이르 보우소나루(69) 브라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그는 저와 마찬가지로 구원받았다"며 “이건 하늘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독실한 복음주의 계열 개신교 신자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2018년에 저도 흉기 피습을 입었고, 당시 의사들은 부상 정도로 미뤄 (살아난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며 “그(트럼프) 역시 불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생명을 구했다"고 언급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미나스제라이스주(州) 대선 유세 중 괴한 흉기에 복부를 찔렸다.
심각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그는 수술 뒤 회복했고, 그해 선거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비단 '신의 뜻'을 제쳐두고서라도, 이번 사건이 트럼프 전 대통령 정권 재창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은 대체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자신의 '고령 리스크'에 대한 반박 일환으로 “트럼프만은 안 된다"는 '트럼프 불가론'을 내세웠었다.
그러나 이번 피격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어려워진 반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는 '경호 책임론' 등 공세 불씨가 남게 됐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 강화 요구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비밀경호국(SS)을 산하에 둔 국토안보부의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장관이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화당은 또 의회에서도 경호 문제를 쟁점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하원 정부 감독위원회는 이미 전날 이번 총격 사건과 관련, 오는 22일 킴벌리 치틀 SS 국장을 불러 증언을 청취하기로 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하원은 비극적 사건에 대해 전면적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면서 “미국 국민은 진실을 알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상원 국토안보위도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및 경호 실패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