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 최다’…건설업 수십년 고질병을 고쳐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25 15:05

[기획]위기의 건설업 바꿔야 산다 ⑥

최근 5년간 건설업 현장 사망자 하루 한명 꼴, 전체 43.8% 차지

건설사,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안전 관리 개선' vs '과도한 규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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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내부 전경. 김다니엘 기자

전국 곳곳에서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특히 모든 업종 중 가장 많은 사망 사고 발생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젊은층의 기피 산업이 돼 생산성이 떨어지고 부실 시공이 빈발하는 등 산업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규제 강화 흐름을 놓고선 안전 관리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과 '과도한 기업 활동 규제'라는 딜레마를 호소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중처법의 유연하고 현실적인 적용과 함께 건설업체들의 비용 부담 등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건설업 5년간 산재 사망자, 전체의 43.8%

25일 고용노동부 '2024 3월말 산업재해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3월 산업재해 사망자(522명) 중 26.25%(137명)는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통계 범위를 넓히면 더 심각하다. 최근 5년(2019년~2023년) 우리나라에서는 연 평균 850.2명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건설업은 43.8%(356명)으로 모든 업종 중 가장 높았다. 1년으로 환산할 경우 하루에 한 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건설현장 내 내국인 감소, 미숙련 외국인 증가로 인해 사망자 수가 앞으로 더욱 증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건설근로자공제회 '분기별 퇴직공제 피공제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건설업 외국인 비중은 작년 동기(15.4%) 대비 0.8%포인트(p) 증가한 16.2%로 집계됐다. 지난해 건설업 외국인 사고사망자는 전체의 15.44%(55명)을 차지하면서 전년(11.69%) 대비 3.75% 증가했다.



국내 건설사들도 나름대로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안전관리체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자체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인 '삼성 OHSMS'의 구축을 통해 체계적인 안전보건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삼성 OHSMS은 'PDCA'(계획·실행·점검·개선) 사이클에 따라 안전보건 방침·중점계획을 수립하고, 작업표준·관련 프로세스 이행하며, 이행 여부에 대한 안전검사와 지속적인 프로세스·작업환경 개선 등의 과정을 담고 있다. 또 '작업중지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안전보건을 기업 활동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대안전 환경사고 제로' 추진을 목표로 안전보건 제도 이행력 강화, 안전보건 기반 시스템 강화, 안전보건 DNA 강화 등 세부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 건설업계 딜레마, '중대재해처벌법'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는 현재 정부·국회가 마련한 산재 감소 대책인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놓고 딜레마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산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중처법의 경우 과도한 규제로 기업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중처법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우선적으로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됐다. 난 1월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돼 시행 중이다. 이 법은 산재 사고가 날 경우 하청업체는 물론 원청업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도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실제 최근 울산지방법원은 이 법에 따라 안전 조치 없이 작업하다가 협력업체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원청업체의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법인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른 규제도 강화됐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시공능력평가에서 안전 및 품질 평가비중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3년간 안전관리수준평가가 매우 우수하면 공사실적금액에 2%를 가점한다. 미흡·매우 미흡의 경우 각각 2%, 4%를 감점하며 중처법에 따라 유죄를 받으면 공사실적금액의 10%를 깎는다.


건설사들은 이같은 규제 강화 흐름을 놓고 산업의 생존이 걸린 '안전한 작업 환경 조성'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규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는 딜레마를 호소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처법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안전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명시돼있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과한 규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중처법 적용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판례가 쌓이고 경험치가 누적돼야 이에 대한 해결책 또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사들은 각자의 안전 관련 규정이 있기 때문에 그 규정에 따라 천천히 공사를 진행한다면 현장 사고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인데, 이를 공사비에 추가 반영 하더라도 안전 강화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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