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계 바꿔야 산다 ⑦
단순도급 중심사업…수익성 확보 어려워
해외 건설 이미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 추세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건설사들이 단순도급에 치우쳐진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디벨로퍼로의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단순 도급에 치우처진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최근 발간한 '2023년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부실 현황 분석'을 보면 건설 외감기업 영업이익률은 2021년 6.0%에서 2023년 2.5%로 하락했고, 순이익률은 2021년 4.9%에서 2023년 1.1%로 추락했다. 특히 지난해 종합건설업체의 순이익률은 0.5%로 사실상 수익을 실현하지 못했다.
문제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높은 품질·안전관리비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며 수익성 개선이 앞으로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자잿값, 인건비는 상승이 불가피하고, 높은 수준의 품질·안전관리에 대한 요구로 인해 관련 비용 부담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설사들의 디벨로퍼 전환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디벨로퍼는 개발부지 매입부터 기획, 인허가, 개발, 시공, 분양까지 총괄한다. 리스크는 높지만 개발부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단순 도급사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을 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건설사들이 직접 우량 부지를 매입하거나 시행법인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형태로 개발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부동산 호황기 때 디벨로퍼 전환을 꿈꿨다. 실제로 2021년을 전후로 해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에 회원사로 가입하며 디벨로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는 금리 부담과 건설경기 악화로 개발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은 자체 개발사업에 다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DL이앤씨는 지난 2021년 15% 수준인 주택사업 내 디벨로퍼 수주 비중을 2023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정작 지난해 자체사업 비중은 11% 수준으로 오히려 낮아졌다. 되레 DL이앤씨는 올해 신년 조직개편을 통해 디벨로퍼 사업실을 수주관리실로 재정비했다. 디벨로퍼팀을 민간사업팀으로 명칭도 바꿨다. 삼성물산 역시 최근 몇년새 인천 송도 역세권 개발사업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자체 개발사업 성과가 없다.
건설사들은 자체개발에 필요한 토지(용지) 관련 투자도 줄이고 있다. 건설사들이 택지매입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수도권 택지도 줄유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매각공고를 냈던 의왕청계2 공공주택지구 주상복합용지는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당부지 매각에 나섰지만 신청업체가 나타나지 않았고 지난 3월 선착순 수의계약에서도 업체를 찾지 못했다. 수원당수지구 공동주택용지(C2BL)도 입찰단가 903억원에 매각공고를 냈지만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곳은 지난해 처음 매각공고를 냈지만 1·2순위 모두 신청업체가 없었다. 그외 △군포대야미 공공주택지구 주상복합용지 및 상업시설용지 △서울강남지구 주차장용지 △울산다운2지구 공동주택용지 B-6블록 등도 아직 매각대상 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건설사들은 투자개발 전문인력 부족과 높은 리스크 탓에 투자개발형 사업에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 중 도급형 비중은 지난해 95.6%에 달한다. 반면 개발형 비중은 지난 2021년 10.1%를 기록한 뒤 2022년 3.3%, 작년 4.4%로 다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해외 건설은 이미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하는 추세라 디벨로퍼로의 사업구조 전환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지난해 해외건설협회는 '해외건설 발주 트렌드 변화 전망 및 대응 전략'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프로젝트 규모가 대형화하면서 재정 여건이 개선된 산유국들도 단순 도급형 발주를 줄이고 금융 조달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발주 방식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부채 증가 등을 이유로 투자개발형사업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리 부담과 건설경기 악화로 개발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개발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장기적으로 디벨로퍼로의 사업구조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