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 출신 이승현 전 사장 이달 돌연 사임, 현재 대행체재
서울연구원, “서남권 열병합발전 민간에 넘겨라” 용역 결과 공개 시기와 맞물려
노조, 사업권 찾기 위해 서울연구원에 소송 검토 중
서울에너지공사가 어수선하다. 서남권열병합 발전소 사업권을 사실상 빼앗긴데 이어 임기가 남은 사장도 돌연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사의 존폐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수 년 전부터 '서남집단에너지시설 2단계(마곡열병합발전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 사업은 복합화력발전설비(285MW, 190Gcal/h)와 지역난방공급설비(68Gcal/h, 1기)를 건설하는 공사다. 강서·마곡지역 공공주택 7만3000여 가구와 업무 및 공공시설 425개소에 집단에너지(열)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다.
이번 사업은 2020년 기본설계용역을 거친 후 2021년 본 공사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이 진행되고도 결국 시공 컨소시엄 선정에 실패했다. 2022년까지 무려 여섯 차례에 걸친 공고 끝에 단독 입찰한 DL이앤씨와 수의계약 협상을 진행했지만 급등한 공사비 탓에 결렬됐다.
사업이 난항을 겪자 서울시는 서남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사업 타당성 재조사를 추진했고 지난 6월말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용역을 맡은 서울연구원은 이 사업권을 민간에 넘기라는 결론을 냈다.
서울에너지공사 노동조합에서는 서울시와 담당 공무원을 고발하겠다며 강경대응하고 있다. 노조 측에서는 이승현 전 사장이 갑자기 그만둔 이유도 이 용역 결과와 맞물려있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사장님이 임기를 남긴 지난 8일 돌연 사표를 제출한 것과 용역 결과 발표 시기가 맞물린다"면서 “용역결과를 6월 말에 발표했는데 결국 서울에너지공사가 사업에서 빠지고 민영화를 하라는 결론이 났다. 표면적으로는 공사가 사업을 하면 서울시의 예산이 투입되니 민영화를 했다는 논리이지만 노조로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 이 용역 결과가 부당하다고 시장님께 보고를 해야 되는데 정작 사장님은 사표를 쓰고 나가버렸다"며 “결국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 직접 용역결과와 우리 공사의 입장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권 상실과 사장 돌연 사임 등으로 서울에너지공사가 다시 서울시로 편입되는 등 존폐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에서 분리돼 출범한 공사는 오세훈 시장 당선 후에는 서울시의 지원은 물론 사업도 축소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초대 사장 시절에는 서울시와의 원활한 소통과 지원으로 기관 운영과 신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에는 아무래도 지원과 관심 모두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기관 성격상 서울시의 사업허가나 예산지원 등이 필수인데 지난 시장 당시 만들었다고 찬밥신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로부터 받은 지원은 초대 사장 당시 2500억원이 마지막이다. 이마저도 건물 등 투자비와 부채탕감으로 모두 소진했다"고 말했다.
공사는 설립 이후 △태양광발전 보급확대 및 사후관리 강화 △소규모 분산전원 및 미활용에너지 활용 확대 △분산형에너지자원·에너지 데이터 플랫폼 구축 확산 △건물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운영 △온실가스 감축 외부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 하지만 현재는 다시 서울주택도시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으로 회귀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공사는 현재 도봉, 양천, 강서, 노원, 중랑구에서 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하며 26만 가구에 열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다른 사업이 축소되면서 서남권 열병합 사업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에너지 자립도도 낮고 탄소중립을 위해 건물태양광, 전기·수소차 충전소, 연료전지발전 등 다양한 에너지신사업을 할 수 있는데 아쉽다"며 “현재 에너지위기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등 에너지효율화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서울시에서 지난 시장 때 설립된 기관이라고 외면하지 말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