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7만불 찍자마자 약세…한화 1억원 달성 실패
트럼프 ‘친 코인’ 연설 직후 미 정부 대량매도 신호
업계 “단기 이슈 따른 변수 많아, 추세 상승은 여전”
비트코인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친 코인' 연설로 비트코인은 전날 최고 7만달러에 도달했으나, 곧 미국 정부가 대규모 매도 움직임을 보여 다시 후퇴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단기 이슈에 의해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계속되면서도 추세적으로는 우상향하리라 내다보고 있다.
30일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비트코인은 9200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미화로는 6만6000달러대에 위치했다.
이달 초 7900만원선까지 밀렸던 비트코인은 다시 상승세를 시작, 전날 오후 9700만원대까지 오르며 다시금 '1억원' 기대감이 모였다. 동 시간대 미화로도 잠시 7만달러선을 터치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시각 오후 10시를 기점으로 비트코인의 급격한 약세가 시작돼 현재에 이르렀다. 1억원·7만달러 달성이 다시 좌절되자 각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 매도 우위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비트코인 하락세는 미국 정부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정부가 다크웹 '실크로드'에서 범죄수익으로 압수한 비트코인 2만9800개(약 20억달러)를 익명 주소로 이체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미 정부가 비트코인을 익명 지갑으로 이체하는 것은 통상 대량 매도의 사전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실크로드는 마약 밀거래 등이 이뤄지는 '온라인 암시장'으로 불린다.
이미 비트코인은 지난 6월경에도 미국·독일 정부의 대량 매도 소식이 알려지며 큰 하락세를 겪은 바 있다. 이에 6월 초까지 9500만원을 호가하던 비트코인은 이달 7일 7600만원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번에도 유사한 이슈가 알려지자 이를 경험했던 투자자들이 빠르게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이같은 행동은 대선 라이벌인 트럼프를 의식한 행위로 보인다. 지난 27~28일 미국 내쉬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암호화폐 수도이자 세계의 비트코인 슈퍼파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친 코인' 정책 기조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략 물자로서의 비트코인 비축 △미 정부 소유 비트코인의 매도 금지 등 구체적인 방향성도 제시했다. 비트코인이 전날 오후까지 상승세를 지속한 것도 바로 이 영향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다 날이 바뀌고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되자마자 미 정부의 송금 사실이 알려지며 비트코인 하락세가 시작됐다. 대량 매도 이슈가 불거진 한국 시각 오후 10시는 미 동부 기준으로 오전 9시에 해당한다. 현 민주당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가 제시한 정책을 반대한다는 직접적인 제스처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미국 정치 관련 이슈로 비트코인 시세가 방향성을 잃자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도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코인 과세'가 향후 2년간 유예되며 가상자산 투자 기대감이 다시 올라오던 참이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여러 이슈에 의한 단기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투자자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올 연말 또는 그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할 것이라는 견해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주말 트럼프가 '정부 보유물량 전략비축'을 약속한 이후 상승했기에, 어제 하락도 정부 물량 움직임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대선 이슈, 리플 소송 판결, 9월 금리 인하 등 여러 이슈들이 있어 변수가 많겠지만 연말까지 우상향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