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추가 긴축’ 약발 끝?…“내년 엔화 환율 160엔 넘어설 전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2.26 11:27

엔/달러 환율 156.2엔…올해 0.6% ‘찔끔’ 하락

美 연준 완화·BOJ 긴축 효과 실망

“엔저 바뀌지 않아”…내년 165엔까지 치솟을 수도

골드만 “장기적으로 강세 전환…100엔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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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환율(사진=로이터/연합)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상승세(엔화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저 현상이 다시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긴축 기조에도 엔화 가치의 구조적 약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이에 엔화 환율이 내년엔 달러당 160엔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전 11시 13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18% 오른 달러당 156.21엔을 기록 중이다.


이날 엔/달러 환율 상승으로 올해 엔화 가치는 고작 0.6% 오르는 데 그쳤다. 2021년부터 4년 연속 하락한 엔화 가치는 올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완화를 계기로 반등이 기대됐지만 실제 반등 폭은 제한적이었다. 엔화 환율은 지난 4월 한때 달러당 140엔 선 아래로 급락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일본 정치권 변화에 따른 재정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다시 반등했다.



여기에 일본은행의 소극적인 긴축 기조도 엔화 환율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일본은행을 이끄는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내년에도 긴축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지만 추가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지속해서 정책금리를 올려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면서도 “금리를 조정하는 속도는 경제와 물가 상황에 따라 달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왑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다음 금리 인상이 내년 9월 이후에야 이뤄질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엔화 환율 상승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P모건의 타나세 준야 수석 일본 외환 전략가는 “엔화 펀더멘털은 매우 약하며 내년에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며 내년말 엔/달러 환율이 164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경기 순환 요인도 내년 엔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일본은행의 긴축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레버리지 펀드들은 지난 9일까지 일주일간 작년 7월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엔화 약세 포지션을 취했으며, 이후에도 이를 대체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 캐리 트레이드도 엔화 반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브라질 헤알화이나 튀르키예 리라화 등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BNP파리바의 파리샤 사임비 아시아 신흥국 외환 및 금리 전략가는 “내년 글로벌 거시경제적 환경은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통상 이런 환경은 캐리 트레이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한 캐리 트레이드 수요, 일본은행의 신중한 행보, 그리고 예상보다 매파적인 연준이 엔화 환율을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할 수 있다"며 내년말 환율이 16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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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사진=AFP/연합)

일본의 해외 투자 흐름도 엔화 환율의 상승 압박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9조4000억엔으로, 이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자 10년래 최고치다. 분석가들은 이같은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들의 엔화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야마다 슈스케 수석 일본 외환 및 금리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최근 몇 년간 일본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FDI)는 경기나 금리차와 무관하게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일본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은 올해 수년 만의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후쿠오카 파이낸셜 그룹의 사사키 토후루 최고 전략가는 “엔저 현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일본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은 데다 실질금리는 여전히 크게 마이너스라는 점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준이 금리 인하를 마친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장이 이를 반영할 경우, 엔/달러 환율에 상승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엔화 환율이 내년말 달러당 165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엔화 약세를 되돌리기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BNY의 위 쿤총 아태지역 선임 전략가는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변동성이 크다"며 “당국의 개입만으로 엔화 약세 추세를 바꾸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이어가는 만큼 엔화가 장기적으로는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 요인들이 많다면서도 향후 10년에 거려 환율이 달러당 100엔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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