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노동계 ‘정년 연장’ 기싸움…“소득공백 해소 vs 시장충격 초래”

여헌우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6.17 15:50

이달말 민주당 ‘65세 상향’ 중재안 발표 앞두고 여론전
시점·임금체계·고용방식 등 놓고 노사간 견해차 ‘첨예’
양대노총 “시대적 과제, 즉각 법제화”…정부여당 압박
경영계 “국가 복지책임 기업에 전가…호봉제 폐지부터”

자료사진. 출처=챗GPT.

▲자료사진. 출처=챗GPT.

경영계와 노동계의 '법정 정년 연장' 이견 쟁점들

경영계와 노동계의 '법정 정년 연장' 이견 쟁점들

경영계와 노동계가 '정년 연장' 의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년 연장의 필요성 및 시점, 임금체계, 고용방식 등을 두고 각자 목소리를 높이는 여론전을 이어가며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도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워낙 커 향후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17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5세 정년 연장의 즉각 입법'을 촉구했다.



이날 양대 노총은 “정년 연장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미루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소득 공백이 없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고용노동부와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가 국민인권위원회의 '법정 정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 권고를 받아들여 '단계적 연장 입법'을 추진하는 계획에 노동계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민주당 정년연장특위는 현행 법정 정년 60세를 오는 2037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늘리고, 재고용 의무 대상 연령도 2035년까지 65세로 상향하는 쪽으로 중재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양대 노총은 정년 연장 대상자의 임금 조정을 위한 취업규칙 특례 규정 변경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노동자 과반의 노조 또는 노동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바꿀 수 있게 하는 방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임금체계 개편은 반드시 노사가 대등하게 협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늦춰진 만큼 법정 정년도 똑같이 따라가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임금체계나 취업규칙을 바꾸지 않고 모든 노동자가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기업 부담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분담한다는 의미에서 사용자가 노동자의 생계와 노후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고령자 고용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법적으로 정년을 일괄 연장하는 것에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급격한 시행은 기업 부담을 키우고 노동시장 충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영계는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임금체계 개편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호봉제 등을 유지하면서 정년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정년연장 과정에서 임금체계 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같은 경영계의 입장은 17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노동선진화 연구포럼과 미래노동법혁신연구회 공동주최 '정년연장 정책토론 학술세미나'에서 재확인됐다.


발제자로 나선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연장의 기본 방향은 연금수급 연령과 정년 사이의 소득공백 해소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고용, 기업 부담을 동시에 관리하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더 오래 일하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 '더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년 상향만으로는 대기업·공공부문에 혜택이 집중된다. 정년연장, 재고용, 정년폐지, 계약연장 등 복수의 경로를 근로자 개인과 기업 상황에 맞게 선택하도록 해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청년 일자리 등과 조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년을 연장하면서 연공급 임금체계(호봉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년 연장에 따른 고령자 고용증가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오히려 조기 퇴직을 증가시킨다"며 “반면 노동시장이 유연한 외국과 달리 경직된 국내에선 청년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그동안의 일관된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 토론에서도 마주 앉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목소리도 엇갈렸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는 “일률적인 법정 정년연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 신규채용을 축소해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특히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 없이 법정 정년이 연장된다면 기업에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주된 일자리에서 고용과 소득을 유지하면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야 한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해 법정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며 “청년 고용 감소 우려는 세대 별로 맞는 직무나 역할이 다르므로 세대 간 갈등적 접근이 아니라 대안적 접근으로 풀어야 한다"고 맞섰다.


정년연장을 둘러싼 노사 간 대립이 산업 현장으로 확산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2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제11차 회의에서 올해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가 사측에 요구하는 협상안에는 △작년(2025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노동 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최장 65세로 정년 연장'도 포함돼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노사 대립을 중재하기 위해 정년연장특위를 통해 양측 의견을 수렴한 뒤 간담회 등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 '법정 정년 연장' 최종 중재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민주당 정년연장특위의 중재안이 정부의 법정 정년 연장 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경영계와 노동계는 여론전을 통해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도출하기 위해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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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여헌우 기자 입니다. 산업부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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