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원으로 승부수”…中에 ‘안방’ 내준 로봇청소기 시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01 15:13

로보락, 상반기 점유율 50% 육박…에코백스·드리미 등도 존재감↑

시장 선점 효과…기술력 키우고 사후관리 서비스 강화도 한몫

로보락

▲로보락 로봇청소기가 가정 내 청소를 돕고 있다.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가 국내 가전 시장 점령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인원 제품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키우는 식이다.




'외산의 무덤'이라 불리는 국내 시장을 장악한 중국 로봇청소기의 비결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집계 결과 로보락은 올해 상반기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점유율 46.5%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2022년부터 3년째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왕좌를 지키고 있다. 2022년 25%, 지난해 35.5%를 기록한 데 이어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이 외에도 에코백스, 드리미 등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이 일제히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그동안 국내 가전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입지가 견고해 '외산의 무덤'이라고 불려 왔으나 로봇청소기 시장은 이례적으로 중국에 주도권을 뺏겼다.


업계에선 중국 업체가 한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로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발 빠르게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한 점을 첫손에 꼽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와 달리 중국 기업은 이미 2022년부터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선보였다. 올인원 로봇청소기는 흡입과 물걸레 기능을 모두 갖춘 일체형 제품을 일컫는다.


업계 관계자는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고 싶은 소비자들이 늘며 올인원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중국 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이 올인원 제품으로 존재감을 키우는 사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흡입 가능한 제품만 선보여왔다.


뒤늦게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출시했고 LG전자는 빠르면 이달 내로 선보인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중국 기업이 시장을 선점한 뒤라 추격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중국산 하면 싸구려'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기술력을 키우고, 이를 제품에 녹여낸 점도 중국 업체가 승승장구하는 이유 중 하나다.


로봇을 10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할 만큼 중국은 로봇 관련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로봇 제조업체에 막대한 보조금도 지원 중이다.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은 첨단 라이다(LiDAR) 센서 등을 제품에 탑재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엔 편의성을 갖춘 직배수 기능 등을 추가하며 일상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사후관리 서비스(AS)를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로보락은 기존 18개 AS 센터에 총 334개 하이마트 AS 접수 지점을 더해 총 352개 지점으로 확대했다.


에코백스는 전문 상담원을 전원 한국인으로 배치했다. 또 문제가 있는 제품은 직원이 직접 소비자 가정에 방문해 수거해가는 제도도 운영하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 드리미는 기존 23개 AS 지점을 연내 25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 기업의 공세에 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기업 약점으로 꼽히는 보안 솔루션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워 점유율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일각에선 로봇청소기 업계가 한중 대결 구도로 가기보다는 전체 로봇청소기 시장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로봇청소기 보급률이 아직 낮은 만큼 관련 시장은 향후에도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기업과 국내 기업 등) 단순 대결 구도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제품 기술력과 편의성 등을 높이며 시장을 이끌어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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