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순환한다. 하늘에서 내린 눈과 비는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고, 바다에서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와 눈으로 되돌아온다. 그 중에 일부는 지하수가 되어 땅 속에서 흐르다가 지하 저수지(대수층)에 모이기도 하고, 다시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이 차지하지만 70%가 바닷물이라 우리가 먹거나 이용할 수 있는 민물(담수)은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2.5% 정도이다. 그 중에 대부분은 빙하이므로 우리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호수, 하천수는 지구 전체 물의 0.01%, 지하수는 0.76%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제 논에 물 대기'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물 이용에 대한 주민∙지역∙국가 간 분쟁은 역사적으로 유구하며, 현재도 지속되고 있고, 미래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때문에 극단적인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발생하고 있어 치수와 수자원의 확보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실제로 국내에서 2000년대 이후 지하수의 개발과 이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댐이나 취∙정수장을 건설해서 물을 얻는 것보다 지하수의 개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의 확대에 따라 서버 냉각용 물 공급 역시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입지는 전기와 물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기후변화 영향과 더불어 AI 및 데이터센터 산업의 성장에 따라 우리는 과거보다 물, 특별히 지하수를 더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도한 지하수의 개발은 수자원 고갈 문제와 더불어 지반침하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인류가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이용해 지구 자전축이 변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지하수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지하수의 이용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6월에 발표된 제4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을 보면 유역 기반의 지하수 수량과 수질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지하수 활용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특히 대형 건물이나 지하철 등 지하시설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유출지하수는 하천에 방류되거나 청소용수 등에 사용되었는데, 유출지하수를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지하수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첫번째 방법은 고부가가치 산업체에 지하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은 2020년에 일간 107만톤의 물을 사용했으며, 2030년 이후에는 물 사용량이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들은 물 확보를 위해 하수처리수 재이용 등을 추진하고 있어, 지하수의 확보와 이용 역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수열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지하수는 땅 속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므로 여름에는 기온보다 차갑고 겨울에는 기온보다 따뜻하다. '히트펌프' 기기를 활용하면 냉난방에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며, 단일 난방이나 냉방을 하는 경우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3배 이상 좋다.
지하수열은 유출지하수에서 얻을 수도 있고, 지하수층에 열교환 기기를 설치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 지하수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에너지 절감에 따른 탄소배출권도 창출할 수 있다.
현재 사용하는 지하수가 동일한 양만큼 생성되려면 수백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지하수는 현재 우리가 잘 사용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자손에게도 물려줘야 하는 귀중한 자원이다.
지하수를 보전하면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하수열 활용 기술과 사업에 정부의 제도적, 재정적 지원과 민간 투자가 활성화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