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질환자 1690명 집계…동기 대비 44명 더 많아
예년과 달리 폭염 지속 기간·강도 더 높아져
올해 여름 전국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열대야가 2주 넘게 지속되면서 사상 최악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많은 피해를 초래했다.
6일 질병관리청과 지역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감시 체계 운영이 시작된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체 온열질환자는 169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명 더 많은 수치다. 이들 중 사망자는 14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령층과 야외 작업자들 사이에서 피해가 집중되고, 논밭과 공사장 등 실외 작업장이 주된 발생 장소다. 질병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온열질환이 발생한 장소는 실외 작업장 및 논밭이 44.7%로 절반가량을 차지했으며, 전체 온열질환자 중 32.7%가 65세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4일, 서울 중랑구에서 70대 여성이 집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으나 숨졌다. 같은 날 전남 고흥군에서도 70대 여성이 밭에서 일하다 쓰러져 요양보호사에게 발견됐지만 목숨을 잃었다.
또 지난 2일 경남 밀양에서 밭에서 일하다 쓰러진 베트남 국적의 60대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뒤인 4일 사망했다.
가축 피해도 크다. 지난 6월 11일부터 이달 5일까지 돼지 2만 6000마리, 가금류 27만 7000마리 등 총 30만 3000마리가 폐사했다. 양식장에서는 넙치 등 1만 3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폭염은 예년과 달라지면서 앞으로 피해가 더욱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폭염은 지속 기간이 예년보다 더욱 길어졌다.
서울은 지난달 24일부터 14일째, 부산은 지난달 18일부터 20일째, 제주는 지난달 16일부터 22일째 폭염 특보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전국 평균 열대야는 예년의 3배를 웃도는 12일로, 역대 최악의 폭염이 나타났던 2018년 당시보다 더 많다.
폭염의 강도 또한 높아졌다. 2019년 이후로 5년 만에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지역이 나타나면서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 역시 3년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찜통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기상청은 이달 15일까지 기온은 아침 23~27도, 낮 30~35도로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일체감온도는 최고 35도 내외까지 오르는 등 한낮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전날 17개 시도에 현장상황관리관을 파견해 폭염 대처 상황을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폭염으로 현장상황관리관이 파견되는 것은 2018년 폭염을 자연 재난에 포함한 이후로 처음이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고령자, 야외 작업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전담 관리자를 지정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논밭과 공사장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안전 조치를 강화했다.
국민들에게는 폭염 시간대 외출 자제, 충분한 수분 섭취, 야외 작업 시 충분한 휴식 등 폭염 대비 행동 요령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피크 주간의 수급 대응 방안을 재점검하고, 설비 점검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예상보다 높은 전력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기상청과 행안부는 폭염 특보가 발효되면 긴급 재난문자를 통해 국민들에게 폭염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적절한 대응을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