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각 진영이 '산토끼' 공략(외연 확장)을 위해 고심하는 정책을 두고 상대당 '균열'을 꼬집고 나섰다.
스스로의 이견보다는 상대당 이견을 부각해 민생 이슈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이다.
우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처리 해법과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 간 영수회담 의제에서 온도차가 선명하다.
한동훈 대표는 7일 '25만원 지원금을 다른 형태로 논의할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 “약자를 지원하고 약자의 편에 서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겠다. 여러 방법을 정치를 통해 찾아나가겠다"고도 했다.
이는 분명한 '반대'만을 강조했던 기존 여당 입장에서 물러나 협의와 대안의 가능성을 열어둔 답이다.
결국 부자까지 포함한 모두에게 혈세를 나눠주는 대신 경제적 약자들에 정부 재정 여력을 몰아주겠다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모색 중인 대안은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 카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최근 임명한 김상훈 정책위의장 역시 이날 여야 정책위의장 회동에서 전국민 25만원 지원에 “현재는 반대"라면서도 “당내에서도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여지를 뒀다.
이런 조짐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필리버스터에 돌입하기 직전인 지난 1일부터 보였다.
한 대표는 당시 필리버스터에 앞서 최고위원들에게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도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조경태 의원이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국민 지원 관련 법안까지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원내지도부 전략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 기획재정부를 맡았던 추경호 원내대표 원내 전략에 외연 확장을 중시하는 한 대표 측 세력이 이견을 노출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반대만 하지 말고 더 좋은 대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겠다"며 여당 대안 빈틈을 찔렀다.
이밖에 박 직무대행이 이날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에도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간 반응차가 선명했다.
한 대표는 “우리는 격식보다 민생을 중시하는 정당"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추 원내대표는 “설사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새 지도체제가 완성되고 난 뒤 제안해도 그분이 할 것"이라며 “좀 많이 나간 제안"이라고 거리를 뒀다.
반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문제를 놓고는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내부 혼선을 빚고 있다고 압박했다.
한 대표는 금투세 폐지 문제에 대해 지도부 간 공개 토론을 제안하며 토론 상대방으로 이재명 전 대표가 아니라 박 직무대행이 나오더라도 격식을 따지지 않고 토론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이 자신의 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토론을 안 하겠다고 도망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은 원래 1인 정당 아닌가"라며 “그런데 왜 이 이슈에선 갈팡질팡해 불확실성을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금투세 강행에 정책적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며 “정책적 자신감이 없는 대형 악재를 방치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해 정치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추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재명 전 대표는 전향적인 것 같은데, 한쪽은 아니라고 한다"며 “입장이 전혀 정리되지 않고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당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표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당 대표 후보는 최근 당권주자 TV 토론회에서 “(금융투자로) 5년간 5억원 정도 버는 것에는 세금 면제를 해줘야 한다"며 '금투세 완화론'을 언급했다.
그러나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주식) 이상의 양도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이다.
현재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여당은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하고 다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