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실 공사 뒤엔 ‘전관 유착’…상품권·해외골프 접대 횡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08 16:46

감사원, LH·LH 출신 '전관 업체' 사이 유착 관계 발견

출처불명 4500만원 계좌 적발…휴대전화 파기 등 증거인멸 시도

전관 업체와 연간 10여 차례 골프…식사 등 향응 제공 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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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전형철 공공기관감사국 과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전관 특혜 실태' 주요 감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LH 출신의 '전관 업체' 사이 유착 관계가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로 촉발된 '순살 아파트' 사태 배경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LH는 전관을 이유로 관리·감독해야 할 업체에 벌점 부과 및 품질 미흡 통보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기준 미달 전관 업체에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하기도 한 것이 발각됐다.


전관 업체는 상품권 및 현금 제공, 해외 골프 여행 접대 등을 통해 LH 직원의 환심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 전관업체로부터 각종 대가성 접대 받은 LH 현장 감독

LH 차장급 현장 감독이었던 A씨는 2021년 3월 직무 관련 전관 업체에게 받은 상품권을 명품 가방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LH 직원은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과 자체 행동 강령에 따라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어떠한 금품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직자는 합계 1000만원 이상의 현금에 대해 최초 재산 등록을 하거나 매년 변동 사항을 신고하도록 규정돼있다. A씨는 이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A씨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0회에 걸쳐 현금 4560만원을 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다. 하지만 A씨는 구체적인 자금 출처와 관련한 소명을 거부했으며, 부친이 매년 명절 때마다 자신에게 건낸 현금을 자택에 보관했다고 둘러댔다.




임직원 행동 강령 등에 따르면 LH 임직원은 퇴직 2년 미만 퇴직자와 골프, 여행 등을 포함한 사적 접촉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으며 부득이하게 접촉해야하는 경우에는 소속 부서장 등에게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LH에서 퇴직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전관들과 4회에 걸쳐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으로 골프 여행을 하고도 부서장 등에게 신고하지 않았다.


A씨의 악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LH 사규상 형사 처벌받은 직원은 소속 부서장을 통해 기관장에게 즉시 보고해야 하며,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에는 회사가 직권을 면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2월 음주운전 사고를 낸 A씨는 같은 해 8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


A씨는 감사원이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하자 휴대전화를 파기해 증거를 인멸했다. 이에 감사원은 LH에 A씨 파면을 요구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 골프 접대에 근무지 무단이탈…끝나지 않는 LH 직원 비리

LH 직워들의 비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LH에서 또 다른 차장급 현장 감독을 맡고 있던 부산울산지역본부 소속 B씨와 대전충남지역본부 소속 C·D씨는 본인 직무 관련 업체인 전관 E씨로부터 연간 10여차례 골프 접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2021년~2023년 E씨와 무려 32차례 골프를 쳤으며, C씨와 D씨도 같은 기간 E씨와 각각 33회, 31회 골프 접대를 받았다.


또 이들이 전관 업체로부터 회원제·군(軍) 골프장에 대한 예약 편의를 받은 횟수는 각각 8회, 12회, 9회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회원제 골프장 할인 혜택을 포함해 식사 등의 향응을 받은 액수는 각각 90만원이 넘어갔다.


이들은 근무지 무단이탈도 서슴지 않았다. B씨는 지난해 6월 E씨와 동행해 일본으로 해외 골프 여행을 다녀오고도 회사에 신고하지 않았다. C씨의 경우 같은 해 5월 말 건강검진을 이유로 공가를 신청하거나 별도의 연가 신청 없이 골프를 치는 등 7회에 걸쳐 근무지를 무단이탈했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한 정직을 LH에 요구했으며, E씨와 함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 받도록 전관 관할 법원에 관련 사실을 알릴 것을 통보했다.


LH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관 등 직무관련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관련자들은 적발 즉시 직위 해제했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분할 계획"이라며 “공사는 임직원이 전관과의 골프·여행 등 사적 접촉 시 의무적으로 기관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 전관 관리를 강화하고 있고, 위반행위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근원적인 예방책으로 LH 혁신방안에 따라 공동주택 설계·공사·감리분야 업체 선정 권한을 조달청으로 이관해 업체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했다"며 “퇴직 3년 이내 LH 전관을 보유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경우 감점을 부과하는 등 전관업체 입찰 근절을 위한 조치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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