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폭염 전기료 감면법’ 추진...포퓰리즘에 멍드는 한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08 14:23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법도 시행도 여야 합의 전망, 여론은 정쟁 속에서 드디어 민생 챙긴다며 환영하는 분위기
누적적자 여전해 요금 인상 필요한 한전은 눈치, 송전망 부족으로 동해안 발전소들은 가동도 제대로 못해 적자 누적
업계 “정부 출범 2년이나 지낫지만 ‘시장원칙 작동하는 전력산업‘은 여전히 요원해..포퓰리즘에만 여야가 한뜻, 한전 가스공사 등 에너지기업 정상화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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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고지서


연일 법안 단독처리와 대통령실의 재의요구권(거부권)등으로 대결정국을 이어가고 있는 여야가 '전기요금 포퓰리즘'에는 의견을 합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물과 고금리에 시름하고 있는 여론은 여야의 전기요금 감면 추진을 환영하고 있지만 에너지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치위의장은 지난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폭염 전기료 감면' 법안을 여야가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한 대표가 폭염기에 취약계층 전기료를 감면하자는 법안을 여야가 민생 법안으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꼭 전기료뿐이겠는가. 그렇게 하자"고 했다.


이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에너지 취약계층 130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1만5000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여야는 지난달에는 소상공인 전기료 20만원 지원 기준을 현재 매출액 3000만원 이하에서 6000만원 이하로 확대해 50만명의 소상공인이 더 지원을 받도록 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에너지시장 정상화는 뒷전인 채 포퓰리즘에만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의 경우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누적 적자만 40조 원대에 달하는데, 이로 인해 한전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02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이자 비용만 4조4517억 원에 이르렀다. 매일 120억 원을 이자로 낸 셈이다. 한전 영업이익 규모도 줄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조9966억 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4분기 1조8843억 원, 지난 1분기 1조2993억 원으로 점차 감소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국정과제에도 '에너지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구축하겠다.',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만들겠다.'고 명시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정치권에 휘둘리는 전기요금이 되지 않도록 해야 장기적으로 에너지절약, 효율화도 가능하다. 물가안정을 이유로 요금구조를 왜곡하면 에너지위기만 반복될 뿐이고 결국 미래세대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에너지전환 정치이 에너지위기를 불러왔다고 비판하면서 국정과제에 '전력시장, 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을 명시했다. 독립에너지규제기관 설치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금새 설립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용역결과가 나왔음에도 사실상 무산된 분위기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도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절대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당시 산업부 장관은 “한전 적자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말했으며 2018년과 2019년에도 폭염이 발생하자 2년 연속으로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단행했다. '전기료 폭탄' 등 청와대 국민청원과 언론보도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같은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업계는 지난 수년간 '에너지와 정치의 분리'를 요구해왔으며 정권 교체 후 국정과제에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되며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업계에서는 당정이 총선이 끝났음에도 원가주의 요금체계 대신 여전히 공기업 자구노력만 강조하며 한전의 적자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여전히 누적적자가 40조원에 달해 채권 발행으로 버티고 있는 한전이 요금 인상마저 막혀 자금 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올 수 없고, 이로 인해 발전사들도 연료조달에 차질을 빚는 전력시장 붕괴의 현실화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경고한다.


국제정세 불안으로 인한 에너지가격 변동성과 주식시장 침체, 고금리 여파 등 한전의 재무위기는 전력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발전사회사들도 한전으로부터 전력판매 대금을 받아야 연료를 사 오기 때문에 대금을 받으려면 한전이 요금을 인상하거나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며 “둘 다 안 되면 은행 대출을 늘리는 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게 된다. 지금과 같은 전기요금 결정구조는 에너지를 넘어 시장전체의 실패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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