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3사 분할합병 정정신고서 관련 질의
일반 주주 관점에서 제기된 의문점 취합
두산그룹의 합병 관련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일반 주주의 관점에서 그룹 측에 공개 질의했다.
거버넌스포럼은 9일 '두산 3사(두산밥캣·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등 정정 증권신고서 관련 질의'를 공개했다. 질의서에는 이사회에서 합병을 놓고 실질적으로 논의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의문점이 담겼다.
거버넌스포럼은 두산 측에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입각해 일반주주 관점에서 이번 자본거래의 장단점을 상세하게 토론했는가"라고 물었다. 구체적으로 이사회가 거래를 보고 받은 시점과 논의 시간, 외부 컨설팅사 자문 여부 등도 세세하게 질의했다.
또 이번 합병 추진이 국민연금과 일반주주에게 많은 경제적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사회에서 기업가치제고계획과 이번 자본거래의 관계에 대해 논의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3사의 자본거래 발표 후 진행된 외국인 투자자와의 컨퍼런스콜 녹음 자료를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할 의향이 있는지도 답변해줄 것을 요청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회사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은 투자자와의 컨퍼런스콜 녹음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추세다.
분할합병 대상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대표이사와 이사회에도 각각 질의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분할합병 배경에 대해 '신기술 확보 및 적시의 생산설비 증설을 위한 현금 확보 및 추가 차입여력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거버넌스포럼은 두산에너빌리티 측에 “비핵심자산인 두산큐벡스 등을 매각해 현금을 유입하는 것은 이번 분할합병과 무관한 것이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분할합병하지 않아도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에서다.
또 두산밥캣 대표이사와 이사회에는 두산로보틱스와의 주식 교환 배경인 '사업 시너지 상승 효과'라는 설명에 대해 △두산밥캣 네트워크상 예상되는 부정적 영향 △두산밥캣에 공급될 수 있는 두산로보틱스의 솔루션 등을 물었다.
거버넌스포럼은 “질의는 주식회사의 일반적인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실질적 논의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모든 주주가 공평한 정보를 받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의문점을 다양한 관계자들로부터 취합하여 정리했다"고 전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두 계열사간 합병비율을 놓고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를 낮게 책정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두산밥캣 주주들은 이번 합병이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그룹의 이익만을 위한 결정이라고 반발해왔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24일 두산그룹에 정정신고서를 요청했고 두산그룹은 지난 6일 지배구조 개편 관련 증권신고서를 수정해 제출했다.
수정된 증권신고서를 보면 가장 논란이 됐던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비율은 1대 0.63으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두산 측은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정한 것으로 임의 조정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두산그룹의) 정정신고서에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