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 상승세가 뚜렷한 가운데, 양당 대선후보 간 첫 TV 토론이 잡혔다.
TV 토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 '트럼프 대세론' 요람이나 다름없던 만큼, 해리스 부통령 상승세 향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를 사퇴한 시점에선 선거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심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라는 데 이견이 적었다.
실제 민주당 후보 교체 확정 전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격차는 6%p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번에 입소스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성인 2045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42%, 트럼프 전 대통령이 37%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23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조사 때보다 해리스 부통령(37%)과 트럼프 전 대통령(34%) 거리가 더 생긴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추격한 뒤까지 상승세를 보인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7개 경합주에서도 두 후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경합주 7곳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입소스 설문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50%,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 지지율을 보였다.
이 조사는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7일까지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에서 성인 표본 204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특히 적극 투표층에서 민주당 확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 71%, 공화당 지지자 73%가 꼭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6월 4∼12일 이뤄진 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민주당 지지자 60%, 공화당 지지자의 68%를 차지한 바 있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 대선 후보 선출 이후 민주당 표가 결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가운데 실시한 두 후보 간 첫 TV 토론은 해리스 부통령에는 상승 부스터, 트럼프 전 대통령에는 차단막을 마련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토론 주관사인 ABC뉴스는 8일 엑스(X)에서 두 후보가 9월 10일 일정에 응해 토론을 개최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9월 10일 ABC 뉴스 주최 토론을 하기로 합의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자 마음을 바꿨다.
그 뒤 ABC 뉴스 주최 토론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더 이상 후보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해리스 부통령에게 보수 성향 방송인 폭스뉴스가 주관하는 토론을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존재감이 부족한 해리스 부통령에 스포트라이트를 주지 않으려는 포석으로도 해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오히려 토론에 더 적극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
결국 지지율 입장이 바뀌어 '후발 주자'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초반 토론을 적극 주장했던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폭스 뉴스 등 추가 토론들을 거절하거나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낙선했을 경우를 가정한 '명분 쌓기'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결과 승복 여부에 “정직한 선거"가 치러지면 자신이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와 조지아주 등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선거 때처럼 자신의 패배는 곧 부정선거 증거라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월가의 뛰어난 사람들이 '트럼프가 승리하지 않으면 경제공황이 올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신의 낙선 상황을 가정한 전망을 언급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프레임으로 맞선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지면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란 그의 말은 진심"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낙선 시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 이뤄질지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러닝 메이트로 낙점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도 동반 유세마다 “이번 선거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자 미래를 위한 싸움"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인 10명 중 6명이 이번 대선 결과에 민주주의 명운이 걸렸다고 보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달 25~29일 미국의 성인 11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59%는 이번 대선 결과에 향후 미국 민주주의가 달려 있다고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대선 결과를 견딜 수 있을 만큼 미국 민주주의가 충분히 강력하다는 질문에는 21%만이 긍정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