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만약 벤츠 EQE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11 10:54
산업부 이찬우 기자.

▲산업부 이찬우 기자.

최근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에 많은 소비자들이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에 큰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차량에 저가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에 이어 사고 수습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이전까지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사고 차량인 EQE에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 CATL 배터리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 이후 조사해보니 EQE에는 CATL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매우 생소한 파라시스라는 브랜드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황당한 점은 이 사실이 벤츠코리아가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벤츠코리아는 여전히 “제조사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며 발뺌만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벤츠코리아 측은 'CATL과 협력하고 있다'는 내용을 출시 때부터 은근히 흘려왔다. 이러한 상술에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도 당연히 CATL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믿고 있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한국 소비자들을 완전히 속인 것이다.


게다가 벤츠코리아는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라"는 고객들의 요청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한국 소비자들을 제대로 기만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 전기차 화재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1억짜리 EQE에 염가형 파라시스 배터리가 들어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긴 했을까. 내 돈 주고 샀는데 내 차가 어떤 제품을 탑재했는지도 모르고 타야하는 현실은 지극히 불합리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명실상부 한국 소비자들의 '원픽' 수입차 브랜드다. 수많은 품질 논란에도 소비자들은 '그래도 벤츠는 벤츠'라며 폭발적인 수요를 매년 이어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이 같은 믿음에 벤츠코리아는 배신으로 화답했다.


이는 기존 오너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다. 벤츠코리아가 계속해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EQE 오너들은 자신의 차도 언제 불이 붙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살아가야 한다.


벤츠코리아는 신차 출시 때마다 한국은 브랜드 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요 시장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런데 작금의 행실대로라면 벤츠코리아는 한국을 그저 '호구 시장' 이상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는 듯 하다.


각종 참사를 겪으며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 의식 수준은 높아지는 추세인데 벤츠코리아는 요지부동이다.


벤츠코리아가 이번 화재 사고를 엄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맞다면, 한국 소비자들을 호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 뜨거운 성원을 보내온 한국 소비자들의 실망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길 바란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전에 관한 이해 당사자인 만큼 벤츠코리아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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