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중 4개 ‘레버리지 ETF’
엔비디아 등 美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 ‘줍줍’
금리 인하 전망에 반등 기대…저가 매수 움직임
최근 미국 증시 하락에 순매도로 돌아섰던 서학개미들이 다시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미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특히 증시 반등을 기대하고 레버리지 상품을 집중 매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이달(8월 1~9일)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4억4899만달러(약 6133억원) 순매수했다. 누적 매수 규모는 101억757만달러(약 13조8069억원)를 매도 규모는 96억5858만달러(약 13조1936억원)로 집계됐다.
최근 미국 증시 하락에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 매도에 대거 나서면서 매도 규모가 매수를 넘어섰던 것과 대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8일까지만 하더라도 이달 들어 서학개미는 1억3169만달러(약 1798억원)를 순매도했다.
서학개미들이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전환한 것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저가 매수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 ETF 레버리지 상품을 집중 매수하는 등 증시 반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달 들어 지난 9일 기준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ETF'로 5억8725만달러(8021억원)를 순매수했다. 해당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등락률을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지수가 오르면 3배의 수익을 얻지만 하락할 경우 손실도 3배로 커지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2위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1억1449만달러·약 1563억원)가 차지했다. 일명 '티큐(TQQQ)'로 불리며 나스닥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3위는 엔비디아 주가를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가 이름을 올렸다. 서학개미들은 해당 ETF를 8176만달러(약 1116억원) 순매수했다.
테슬라 주가를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 ETF'도 5965만달러(약 814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5위를 기록했다.
서학개미들이 ETF를 집중 매수하는 흐름을 보인 가운데 '인텔'이 종목 중에서는 유일하게 순매수 상위권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학개미들은 인텔을 6331만달러(약 864억원) 사들였다.
최근 미국 증시는 7월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 5일 미 뉴욕증시 3배 지수는 모두 하락했고 다우 평균과 S&P500 지수는 각각 2.6%, 3%씩 하락하며 지난 2022년 9월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지난 8일 최신 고용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발표되면서 경기 침체 공포가 다소 누그러졌고 뉴욕 증시도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이에 서학개미들도 시장 반등을 기대하며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최근의 증시 낙폭이 과도했다고 보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등이 단행되면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급락했던 주요국 증시가 반등세를 이어갔고 미 장단기 국채금리도 하락 폭의 절반 정도의 반등세를 보였다"며 “8월 고용지표가 반등하거나 7월 부진이 일시적이었음이 확인된다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고 이후 11월과 12월에도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금융시장 내 불안요인이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결국 연준의 대응이 중요하고 9월 FOMC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부정적 내러티브를 전환하면 경기 침체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