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힘 대표 당론 추진 등
여야, 반도체 특별법 제정 경쟁
글로벌 업계선 정부 지원에 사활
산업군별 형평성 훼손 지적에도
반도체 생태계 강화·경제성장 필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 로고 박스. 사진=박규빈 기자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두고 여야가 모처럼 정책 대결을 펼치면서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형평성의 문제로 꺼리던 분위기였다. 하지만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직접 보조금도 불사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여야 모두 '반도체 특별법' 추진... 정책 대결 본격화
1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더불어민주당의 이언주 의원도 반도체산업에 대한 특례 내용을 담은 관련법 제정안을 발표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반도체 산업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힘에서는 고동진, 박수영, 송석준 의원 등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을 이미 발의했으며,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김태년 의원 등이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담은 법안을 내놓았다. 양당이 반도체 산업 지원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정책 대결을 펼치는 중이다.
◇업계 vs 우려…글로벌 추세는 지원 강화
이에 대해 반도체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세제와 금융지원으로 한정되었던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이 직접 보조금으로 확대될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도체 지원 정책이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 세금을 특정 기업에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이는 정부 지원 정책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글로벌 추세를 보면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EU는 2021년 '유럽 반도체 전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43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EU 내 반도체 생산량의 비율을 현재 10%에서 20%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대만의 경우, TSMC가 정부의 지원을 통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로 성장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2022년에 제정한 'CHIPS Act'를 통해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서 최대 64억 달러(약 8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확보했고,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최대 4억5000만 달러(약 6000억원)의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막대한 초기비용 필요…정부 지원이 '치킨게임' 승리 열쇠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하는 주요 요인은 투자 및 운영 비용, 인력 및 인재, 인프라, 규제 환경, 통합 생태계 등이다. 이 모든 요소가 막대한 초기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금이 절실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러한 지원 정책들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관련 소재, 부품, 장비(SME) 기업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전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민 소득 증가에 기여한다는 것이 SIA의 연구 결과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정부의 지원은 더욱 중요한 승리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거 수차례의 '치킨게임'을 겪은 이 산업에서, 정부 지원은 종종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였다.
과거 인텔이 D램 시장에서 철수한 것도 정부 지원을 힘입은 일본의 반격 때문이었으며, 그런 일본마저 시장을 다시 한국 기업에 내어준 것 역시 미국의 규제 강화와 함께 한국 정부 차원의 화력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은 64조원이 넘는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은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에서의 국가 차원의 지원은 치킨게임에서의 승리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