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5년11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노도강도 뛰어
지난달 아파트거래량 8000건 넘길 전망
서울 아파트 값이 거침 없이 상승하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시작된 아파트 매수세가 그간 침체되어 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이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얼마나 달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8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둘째 주 서울 집값은 전주 대비 0.32% 오르면서 21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0.38%) 오름폭의 두 배 수준이자, 지난 2019년 12월(0.86%) 이후 55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서울 전역 집값이 모두 치솟으면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집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노원구는 0.16%, 도봉구는 0.12%, 강북구는 0.19% 상승했다.
노도강에서 신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일례로 이달 1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일유앤아이' 114㎡가 10억4000만원에 팔렸다. 과거 집값 상승기였던 2021년 기록한 신고가인 8억9800만원보다 1억 넘게 오른 금액이다. 인근 하계동에선 '장미아파트' 전용 59㎡가 이달 8일 6억3200만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직전 최고가인 지난 4월 6억2000만원보다 1200만원 오른 금액이다. 도봉구에서는 창동 '창동신도브래뉴1차' 전용 121㎡가 지난 12일 10억1000만원(15층)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전 최고가는 2020년 기록한 8억9900만원(19층)이다.
아파트 거래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945건으로 집계돼, 2020년 12월 7745건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다 기록을 세웠다. 7월 계약분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최종 집계되는 거래량은 8000건을 넘길 전망이다. 7월 거래량 증가를 이끈 주요 지역은 서울 외곽지역인 노도강이었다. 7월 노원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58건으로 전달(443건) 대비 무려 48.5% 늘었다. 같은 기간 도봉구는 28.9% 늘어난 223건, 강북구는 26.4% 늘어난 129건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업계는 강남권에서 시작된 아파트 매수세가 준상급지를 거쳐 서울 외곽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급 부족 우려와 금리 인하 등이 맞물리면서 강북권 아파트에도 매수세가 붙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지금의 집값 상승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에 대해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하며 이전 정부와 같이 급격한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부가 집값 불안 심리를 잡기 위해 12년 만의 서울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향후 6년간 42만6000가구를 수도권에 공급하겠다지만 당장의 수급에 영향을 줄만한 내용은 빠졌기 때문이다.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과 더불어 서울 집값은 전고점 회복의 준하는 상승세를 그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서울아파트가격 상승은 공급부족, 전셋값 상승, 분양가 인상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떨어지기 어렵다는 불안심리로 인한 것"이라며 “8·8 부동산 대책이 이러한 불안심리를 해소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