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 반도체 기업’ 출범 본궤도…사피온-리벨리온 합병 속도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18 09:00

합병 선언 두 달여만에 본계약 체결…연내 마무리 예정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경영 총괄…SKT는 전략적 투자

내년 목표 IPO 탄력 전망…국내 생태계 규모 확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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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SKT 대표(오른쪽),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합병법인 출범을 위한 본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사피온)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합병을 본격 추진한다. 지난 6월 합병을 공식화한 후 두 달여 만에 본계약 체결을 성공하면서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고 글로벌 인프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18일 양사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모두 AI 특화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향후 2~3년을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합병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당초 3분기 중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적 총력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상호 실사 작업 등 협의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새 회사 사명은 '리벨리온'으로 결정됐다. 사피온이 존속법인이 남고, 리벨리온이 소멸되는 방식이다. 사피온을 존속법인으로 설정한 건 SKT가 전략적 투자자로서 합병법인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사피온 주주사인 SK스퀘어·SK하이닉스도 지원사격에 나선다. 이중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든든한 우군이 될 전망이다.


합병법인 경영은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총괄할 예정이다. 급변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창립 이후 3년 동안 2개의 AI 반도체 제품을 출시하며 역량을 주목받은 바 있다.




특히 이 회사의 두 번째 제품 '아톰(ATOM)'은 지난해 국내 NPU 최초로 데이터센터 상용화에 성공했으다. 4분기 중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REBEL)'을 선보일 예정이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최종 합병 비율은 2.4대 1로 결정됐다. 합병법인의 기업가치는 리벨리온 8066억원, 사피온 3325억원으로 약 1조1391억원 수준이다.




사피온의 주요 주주사들은 보유 주식 중 3%(합병 후 기준)를 합병 전까지 매각해 리벨리온 경영진의 1대 주주 지위를 보장키로 했다. 아울러 합병 이후 일정 기간 상대 동의 없이 주식을 처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리벨리온 경영진의 합병법인 운영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내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기업공개(IPO)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달 말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 공동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하고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상장은 내년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합병법인 출범을 통해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 규모가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반도체 시장은 팹리스 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인데, '빅3'으로 꼽히는 양사의 AI 역량이 결집되면서 소규모 기업들도 낙수효과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자체 기술력을 보유하게 돼 관련 투자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유영상 SKT 대표는 “이번 본계약 체결로 회사가 구축하고 있는 AI 밸류체인 3대 영역 중 하나인 'AI 반도체'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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