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정상화 시대 오나…기대 모이는 韓증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20 16:08

전날 원·달러 환율 급락, 올 3월 이후 첫 1330원대

美금리 인하 기대감 겹치며 코스피 외국인 유입 지속

증권가 “원화보다 엔 환율 주목해야…기준금리 인하는 호재”

코스피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잭슨홀 미팅 등 이벤트로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모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금리 동결이 예상되는 등 여러 요인이 원화강세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본격적인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한국 증시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80원 하락한 1333.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부터 약세가 시작돼 5거래일 연속 원화 가치가 강해지고 있으며, 특히 전날 하루에만 20원 가까이 급락했다. 환율이 1330원대까지 내려온 것은 지난 3월 21일 이후 처음이다.


달러 약세가 시작되자 국내 증시에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83% 오른 2696.63에 마감했으며, 외국인의 순매수세(2542억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통상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낮아질 경우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국내 주식 투자에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하지만, 보유하고 있던 국내 주식이 오른다면 환차익에 의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할 경우 환 손실 우려로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원화 강세 배경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 대한 전망은 더욱 긍정적이다.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에서 잭슨홀 미팅이 열리며, 이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바라보는 경제 전망과 금리 정책 향방을 읽을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한 번 더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으로 동결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외에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진 것,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으로 위안화 가치가 강세를 띠면서 아시아권 통화가 동조 현상을 보이는 것 등도 원·달러 환율 약세의 요인들로 꼽힌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달러화 약세에 대해 “미국의 주택지표 부진으로 이번 주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 기대가 강화됐다"면서 “여기에 한국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전망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돼 양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 축소 가능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 이후 최대 수준으로 누적됐던 외국인 달러통화선물 롱포지션이 8월 14일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면서 “양국의 대형 통화정책 이벤트를 앞두고 1조6000억원 가까이 청산되며 원·달러 급락을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의 주요인인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자체를 호재로 해석 중이다. 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 하반기 이후 자금이 지속 유입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995년 이후 6차례 미국의 첫 금리 인하 3개월 후 중간값 기준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국가는 제조업 신흥국인 한국, 인도, 멕시코 순이었다"며 “아시아 신흥국 중심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국가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라고 밝혔다.


반면 환율 하락을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날 코스피가 하락했고, 이외에도 환율 상승에도 코스피가 같이 오르는 상황이 올해 자주 연출됐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원·달러 환율 상승=증시 하락'이라는 공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기가 찾아올 수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그 공식의 유효성 여부에 많은 무게중심을 두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며 “엔 캐리 청산과 관련된 엔·달러 환율의 변화를 확인해 가는 작업이 더 유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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