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상반기 경영 실적 분석 - ②] 원가율 개선·비용절감 등 다양한 시도
상반기 성적 ‘기대 이하’···리더십 바꾸고 실력 쌓으며 ‘본업 집중’ 모드
국내 건설사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글로벌 '복합위기' 국면 속 업황은 부진한데 금리가 오른 탓에 활동 반경이 크게 위축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고금리·고분양가·공사비 급등 등 각종 악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악성 미분양이 늘어나고 재무 건정성에 경고등이 들어온 회사들이 상당수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과실을 따 먹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주요 건설사들의 상반기 경영 실적과 향후 계획을 살펴봤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상반기까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시공능력평가 3·5위로 기본적인 실력은 유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 반전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을 교체하며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 힘든 시기 대우건설···해외 모멘텀 등 기대감도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까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액은 2조8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1.9% 줄어든 104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 실적이 크게 빠진 것은 '역기저 효과'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분기 원가율이 좋은 현장이 대거 준공되면서 실적이 이례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2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더 안 좋게 평가됐다. 여기에 고금리 지속과 원가율 상승, 현장 수 감소, 충당금 반영 등 악재가 겹쳤다.
상반기 전체를 놓고 봐도 대우건설은 '힘든 시기'를 보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5조3088억원, 2196억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9.7%, 44.3% 빠졌다.
시장에서는 대우건설이 비용절감 등 노력을 기울일 경우 하반기 충분히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반기 매출로만 올해 연간 계획 대비 51%를 이미 달성했고 영업이익률도 4.1%로 경쟁사 대비 나름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해외 모멘텀이다. 체코 원전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대규모 해외 수주의 신호탄을 쐈다는 점 등이 업계 관심을 끌고 있다. 하반기에는 투르크메니스탄 비료 플랜트, 베트남 타이빈성 신도시 개발사업, 리비아 재건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들의 수주도 가시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건설은 올해 들어 경기도 성남 수진1구역 재개발(7793억원), 인천 초저온 물류센터(4482억원),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5704억원) 등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6월 말 기준 수주 잔고는 44조9888억원이다.
◇ DL이앤씨 '리더십 교체' 승부수···탄탄한 재무 건전성 '눈길'
DL이앤씨는 하반기 원가율 개선으로 인한 영업이익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을 보면 작년 동기 대비 매출(2조702억원)이 5%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326억원)은 54.69% 감소했다. 자회사인 DL건설의 원가율 조정과 대손 반영으로 인한 일회성 요인이 크긴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여파도 고스란히 맞은 결과로 풀이된다.
상반기 전체로 봐도 매출(3조9608억원)이 3.7% 뛸 동안 영업이익(935억원)은 42.3% 떨어졌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설비공사인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며 플랜트 사업 부문 매출이 늘어났지만 이익률을 개선하지는 못한 셈이다.
DL이앤씨는 하반기에도 실력을 쌓으며 본업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앞으로 원가율이 높았던 주택 현장이 준공되고, 지난해 이후 착공해 원가율이 양호한 신규 현장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원가율 개선에 따른 영업이익 반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회사 측은 이밖에 국내 건설사 중 재무구조가 가장 안정적이라는 점을 앞세워 시장과 소통하고 있다. DL이앤씨의 2분기 말 기준 연결 부채비율은 103.3%,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110억원이다. 순 현금 보유액은 8505억원 수준이다. 2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30조1209억원이다.
확실한 분위기 반전을 위해 수장도 교체했다. DL이앤씨는 지난 14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 대표는 1985년 DL건설의 전신인 삼호에 입사한 뒤 주택 사업에만 30년 넘게 몸담은 인물이다. 대림산업 대표 시절인 2019년에는 사상 최대인 1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빅3'에 오르는 성과도 냈다.
DL건설 대표에는 강윤호 전무가 선임됐다. 강 대표는 인사 및 기획 등 경영관리 전문가다. DL이앤씨에서 인재관리실장 등을 맡다 지난해 DL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강 대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전개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밸런싱 작업에 집중, 내실 다지기를 통한 체질 개선에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