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 없는 단팥빵’에 업계 실망감…“개선안 연말 발표”
카드업계 “본업 수익성 배제 실적…비용절감 어려워”
고비용 거래구조도 개선 등 업계 강화 방안엔 미지근
“여신전문금융업권 CEO 회동서 논의 기대”
금융당국이 새롭게 마련하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과 관련해 기대한만큼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이 신용카드업 강화를 위한 방안도 꺼냈지만 이에 대한 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결정과 관련해선 또 다시 논의가 연기된 데 대해 불만이 커지는 한편 수수료 인하 가능성을 두고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테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카드사들과 만나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국내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과 가맹점단체, 여신금융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당국은 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구상안 등을 업계와 공유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22년말 기존 수수료 제도를 개선하고자 TF를 만들었다. 당초 개선안 발표 시점은 지난해 말이었으나 현재까지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업계는 가맹점과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 연장 여부나 수수료율 적격비용 산정 결과 발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에 대한 최종안 발표는 연말로 미뤄지게 됐다.
특히 당국이 적격비용 절감 가능성과 인하 여력을 살펴본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번에도 가맹점 수수료가 내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따른다.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 일제히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는 본업 수익성이 배제된 채 대출관련 실적을 앞세운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이 감소해 온 여파를 감당하기 어렵단 입장이다. 카드수수료는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래 네 차례 연속 내려갔다. 연 매출액 3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 기준 우대 수수료는 4.5%에서 0.5%까지 떨어진 상태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8조3000억원으로 2018년 7조9000억 원 대비 비중은 8.0%p 하락했다.
특히 최근 금융위가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영세·중소신용카드 가맹점 선정결과'에 따라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신용카드 가맹점은 304만6000곳으로 전체의 95.8%다.
적격비용 산정 주기는 늦어도 연말까지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과 본업 수익성 악화에 대한 부분에 대해 당국의 보다 깊은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 적격비용 산정 주기에 대한 논의보다 '가맹점 권익 및 소비자 편익 제고' 방안들이 주로 다뤄진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원가가 제대로 반영돼야 하는데 현재는 원가 이하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이 96%에 달하게 되면서 여기서 더 수수료율이 내려가면 결제사업에서 역마진이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날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고려해 신용카드업 강화 방안도 내놓았다. 우선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 중인 개인 간 카드결제를 통한 결제대상 확대 방안을 마련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카드사가 카드회원을 상대로 한 신용판매·카드대출 등 소비자 금융을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마케팅 비용과 일반관리 비용 절감을 위해 고비용 거래구조도 개선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의 이용대금 명세서는 연간 1000억원, 매출전표는 630억원, 정보성 메시지는 152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업계는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단 시각이다. 정작 본업 수익성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나 청취는 많지 않았단 게 이유다. 이외의 부분에서 수익성을 조금씩 줄이거나 비용을 줄여가는 건 현재도 업계에서 실적 방어를 위해 취하고 있는 전략이란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권익과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추진 논의에 회의 초점이 맞춰있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오는 22일 취임 후 첫 여신전문금융업권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이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업계 의견 청취 등 제도 개선안에 대해 진전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