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 싸움…시민들 요구 귀 기울이면 답 나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25 11:00

민주당 영입인재 1호, 비례대표 아닌 지역구 기후에너지 전문 의원

“기후는 곧 경제, RE100 국내 산업경쟁력, 일자리 문제 직결”

“CF100 원전산업 부흥 정책, 전 세계 흐름 맞춰 재생에너지로 가야”

“의정부 미군 반환 부지서 미래에너지 육성 클러스터 조성 추진”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재앙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재앙의 신호들은 극한 더위·호우·가뭄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는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일원으로 활동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기후통상 규제에 대응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국가 전체가 힘을 모아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후위기 속에 기후에너지 전문 의원들이 제22대 국회에 속속 합류했다. 이들은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추진하며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각 당의 주요 기후에너지 전문 국회의원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 앞으로 계획과 대책 등을 들어본다. 세번째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편집자 주]


“여당과 야당의 기후에너지 분야서 정치 갈등은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느냐는 싸움이다. 원전은 주민반발을 고려하면 기후대응을 위한 적절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없다. 시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오는 문제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정부 갑)은 지난 19일 당선 100여일을 맞아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후에너지 정책의 여야간 간극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주민 반발을 고려할 때, 원전은 기껏해야 지금보다 한기 혹은 두기 더 건설할 수 있다며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 수단이 될 수 없다 진단했다.




이에 현 정부의 원전을 중심으로 한 CF100(사용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아닌 원전산업 부흥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대신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이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맞게 재생에너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탈석탄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며 지난 2016년 국내 대표적인 기후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을 만든 창립멤버다. 기후솔루션 창립 6년 후인 2022년 플랜1.5라는 씽크탱크 형태의 단체를 또 만들었다.




기후솔루션과 플랜1.5는 그동안 에너지 분야의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환경단체의 약점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기후에너지 이슈를 주도하는 단체로 꼽힌다.


박 의원은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영입인재 1호로 정치에 뛰어들었고 22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법안들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국회에 진입했던 기후에너지 전문 의원들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이 아니라 지역구(의정부갑) 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기후에너지 이슈가 지역 경제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정부에 위치한 미군 반환 부지인 '캠프 레드 클라우드'에 미래에너지 연구 시설 등을 짓겠다며 기후 전문 의원으로서의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기후는 경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만드는데 기여할 것"

- 국회의원이 된 소감을 듣고 싶다.


여전히 배울 게 많다. 기후·환경 전문가로 등원했기에 소명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분야의 현안 대응에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 중이다.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기후행동모임 비상 등 기후정치 관련 활동은 물론, 미래를 여는 의회민주주의 포럼·중산층 정책연구회·을지로위원회·개혁행동포럼·경제는 민주당 등 다양한 포럼 및 연구단체 활동으로 활동 분야를 넓혀가는 중이다.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잘 다져야 기후정치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 생각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회복지원특별법'과 '노란봉투법'을 거부하고 있는 등 정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갈등을 체감하고 있는가.


엄청 체감하고 있다. 법안을 통과시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다시 돌아오면 뭘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든다. 채상병 특검법도 벌써 두 번째 거부다.


당원들과 소통해보면 답답해 하는 분위기다. 많은 시민들도 답답해 한다.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되는 모습이 있어야 시민들이 납득을 할 거 같다.


정치적인 이슈가 아닌 주요 법안들은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지금은 어렵다고 생각된다.


-기후솔루션 창립 멤버로 알고 있는데 플랜 1.5를 또 만든 계기가 궁금하다.


▲ 단체가 커지나 보니까 조직 운영보다는 정책적인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작은 단체를 만들어서 이슈 중심으로 활동하고자 플랜 1.5도를 만들었다.


- 기후에너지 전문가 출신 의원으로서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 생각인가.


기후 위기 대응은 오늘날 모든 정당에서 주목하는 의제로 떠올랐다. 지구를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RE100은 국내 산업경쟁력,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되는 핵심의제다.


기후는 경제다. 탄소중립 실현을 최우선 과제로 다루는 국회의원으로서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기여 하겠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 세계 흐름은 원전 아닌 재생에너지, 산단 태양광 활성화 위해 법안 발의"

- 국회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 상설화를 준비 중인 걸로 안다. 다만, 기후특위 역할에서 여야간 입장 차이가 있어 보인다.


▲ 21대 국회처럼 기후특위가 '맹탕 특위'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권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기후특위 상설화와 일정한 권한 부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는 여야 이견이 없다. 지난 9일 기후특위 상설화를 위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했다. 발의한 내용은 기후특위를 상설화하고 탄소중립기본법, 배출권거래제법 등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한 법률에 대한 법안심사권, 기후대응기금의 기금운용 계획안 및 결산에 대한 예비심사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발의된 국민의힘 안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합의가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기후에너지부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 보통 환경부가 기후·환경 문제를 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끌어갈 힘이 없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산업·통상 등 실제 수단을 다 쥐고 있음에도 책임이 없어 방어적 태도만 보인다.


기후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기후·환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경제까지도 반영돼야 한다. 이에 정책을 통합하고 강하게 추진할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필수다. 환경부의 기후 관련 기능과 산업부의 에너지 및 산업·통상의 일부 기능뿐 아니라 기획재정재부의 기후 예산 관련 기능을 통합하는 게 필요하다.


- 산자위에서 준비 중인 법안이 무엇인가.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 및 탄소중립 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25일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정안은 탄소중립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과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등 '산단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국내 산업단지 내 공장 지붕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재생에너지 보급의 가장 큰 장애물로 지방자치단체 규제인 이격거리 규제가 꼽힌다.


▲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이격거리 규제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 민주당 내 의원들도 이격거리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격거리 규제 완화 관련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두 건이 발의돼 있다.


다만, 농어촌 지역은 주민 주거 및 자연보호 등 이격거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역별로 합리적인 기준을 적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 당론 채택에서 이격거리 규제 폐지가 밀리지 않았나.


▲ 실제로 당론으로 발의하려고 했다. 21대 국회 때 추진했던 것들 중에 정책위원회가 지정한 법안들이 당론으로 의원총회에 올라왔었다.


그런데 이격거리를 10m까지는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올라왔다. 이거에 대해서는 반대 토론이 많았다. 원칙적으로 없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형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당론 채택은 이래서 안 하기로 했다. 대신 다른 의견을 낸 의원들이 추가적으로 법률안 발의를 한 상태다.


아마 산자위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이격거리 관련 법안을 심의하도록 하지 않을까 싶다.


- 21대 국회에서 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했다. 해상풍력 보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해상풍력 발전이 저조한 이유는 입지 선정이 어렵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서다. 게다가 인허가 과정에서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방식으로 전환해 계획적인 해상풍력 추진하도록 하는 '해상풍력 계획입지 및 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중요하다.


제정법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무총리 소속의 '해상풍력발전위원회' 및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풍력발전추진단 설치도 담고 있어 해상풍력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에서 2031년에 전력계통 여유가 부족할 것을 예상해서 미리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를 제한하고 있는 데 이 부분은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산업부가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은 어떻게 평가하나.


▲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정점 시기는 2018년으로 선진국과 비교해 탄소배출 정점 시기가 늦다. 탄소중립 달성 기한이 상대적으로 촉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의지가 안 보인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의 2030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21.6%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다. OECD 국가들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영국 85%, 독일 75%, 미국 59%, 일본 38%에 달한다.


더욱이 건설 기간이 긴 원자력발전과 실증도 되지 않은 소형모듈원전(SMR)을 확대하는 원전 일변도 정책을 고집했다. 전 세계 전력 수급 흐름은 핵발전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장기 전력수요 전망에 기반한 원전·석탄 발전을 계획하는 구시대적인 전기본 수립 방식은 급변하는 전력수요 및 재생에너지 확대 모델에 적합하지 않다. 학계 및 전문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전기본 수립 과정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 탈석탄을 무리하게 하면 민간 석탄발전사업자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우려도 제기된다.


▲ 석탄 발전사업자들의 정당성이 너무 약하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탈석탄하겠다고 말했다. 소송으로까지 이의제기 하긴 어렵다. 당장 출력제어도 소송 못하고 있다. 계통제약이 있다는 걸 알고 들어왔기 때문에 가혹하지만 석탄발전소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탈석탄을 무리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노동자들 일자리정책과 충남,경남 일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지원하는 정책을 하면서 가야 한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후소송 좋은 결론 기대, 의정부 CRC서 미래에너지 육성 시설 마련"

- 여당은 원전을 포함한 CF100을, 야당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RE100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정치적 간극을 좁힐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좁혀가야 한다. 어쨌든 무탄소라는 점에서는 통일된 의견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 것이냐 싸움이다. 하지만 원전은 한 두개를 더 지을까말까 하다. SMR은 불확실성이 크다.


원전은 주민수용성 고려와 건설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기후대응을 위해 맞는 정책 수단이겠는가. 원전을 주장하는 건 원전산업 부흥을 위한 정책이지 기후대응을 위한 게 아니다.


큰 대세는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정부와 여당에서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시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오는 이슈가 아닐까 싶다.


- 시민단체들이 헌법재판소에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미흡하다며 국민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제기한 기후소송에 참여한 걸로 안다. 기후소송이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 (위헌이라는) 좋은 결론이 나올 수 있다. 합헌이 나오더라도 정부가 이런 점에서 잘못 대응을 해왔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이 판결문에 명확하게 적시되면 기후대응 정책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환경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소홀하다는 뜻인지.


최근 환경부의 정책을 보면 기후위기에 대응할 의지가 있나 의심스럽다. 기후위기 대응댐을 제시했는데 4대강 사업을 정당화하는 등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책 추진을 위해 기후 위기 대응을 핑계로 삼는 모습이다.


- 플랜1.5는 탄소배출권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단체였다. 배출권에 대한 지적도 많이 나온다.


국내 배출권 시장의 제도는 글로벌 트렌드에 벗어나 있다. 시장 내 과잉 잉여분으로 인해 배출권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해외 시장 대비 낮은 가격이 거래 수요 감소로 이어져 시장 활성화 자체도 불확실하다.


국내 배출권 가격이 유독 낮은 이유는 느슨한 배출권 정책 탓이다. 낮은 유상할당 비율과 느슨한 배출허용총량 설정 등 일부 제도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기후에너지 분야가 꼭 지역구 이해관계와 맞지 않을 수 있다. 의정부를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기후환경 이슈는 지역경제 발전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기후경제를 통한 균형발전과 지역 격차 해소,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있다. 특히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미래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해 의정부의 경제성장과 그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의정부에도 미래에너지 산업을 추진할 만한 미군 반환 부지인 캠프 레드 클라우드(CRC)가 있다. CRC를 디자인산업·미래에너지·역사관광·복합문화쇼핑 클러스터 조성 발판을 마련 할 것이다. CRC 부지에 미래에너지 연구시설 및 관련 스타트업 밸리 구축 지원과 캠프 레드 클라우드 특별법 제정으로 CRC 무상 양여 추진을 검토할 계획이다.


■ 박지혜 의원 프로필


◇약력 △1978년 경기 연천군 출신 △2001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 경영학 졸업 △2003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 석사과정 수료 △2004년 스웨덴 룬드대학교 환경경영 및 정책 석사 △2017년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 △2017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 전문석사 △2019년 기후솔루션 이사 △2021년 서울대 법과대학원 환경법 전공 박사 △2022년 플랜 1.5 공동대표 2024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정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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