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크래프톤·넥슨, 게임스컴 수상 불발
해외 레전드 IP 후속작이 싹쓸이…체급차 커
역대 최다 후보 선정에 시장 기대치 높아져
IP 강화 위한 다양한 시도 지속적으로 펼쳐야
마케팅 전략·정부 지원 강화 필요성도 제기
독일 쾰른에서 닷새 동안 열린 유럽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4'가 최근 막을 내렸다. 예년과 달리 국내 게임업계가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하며 눈길을 끌었지만, 서구권 안착을 위해선 지식재산(IP)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총 33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올해 게임스컴을 찾은 가운데 △펄어비스 '붉은사막'(최고의 시각 효과·가장 웅장한 게임) △넥슨 '퍼스트 버서커: 카잔'(최고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크래프톤 '인조이'(가장 즐거움을 주는 게임) 등 토종 게임들이 어워드 4개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오르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캡콤의 '몬스터 헌터 와일즈', 반다이 남코·슈퍼매시브 게임즈의 '리틀 나이트메어 3' 등 해외 레전드 지식재산(IP)에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다. 어워드 수상이 신작의 흥행을 담보하진 않지만, 이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한국 게임이 무관에 그친 이유로는 해외 게임들과의 체급차가 컸다는 점이 꼽힌다. 검증된 글로벌 IP를 바탕으로 제작된 후속작들에 밀리면서 시장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전년(63개국 1227개사)보다 약 17.36% 증가한 64개국 1400여개사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꾸리며 경쟁이 더 치열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게임스컴 4관왕을 차지한 '몬스터 헌터 와일즈'는 2004년부터 서비스한 헌팅 액션의 대표 게임인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캡콤의 대표 IP로, 올해 6월 기준 전 세계 누적 1억3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3관왕을 달성한 리틀 나이트 메어 3 역시 2017년 출시한 퍼즐 플랫포머식 어드벤처 호러 게임 시리즈로, 지난해 누적 판매량이 출시 6년 만에 약 1200만장을 돌파했다. 이밖에 △'문명 7'(파이락시스 게임즈) △'듄: 어웨이크닝'(펀컴) △'스타워즈 아웃로'(유비소프트) 등 초대형 기대작도 다수 출품됐다.
반면 붉은사막·인조이·카잔의 경우 이번 수상작들에 비해선 완전한 신작으로 분류된다. 이중 붉은사막과 카잔은 각각 검은사막·던전 앤 파이터의 IP와 세계관을 계승한 작품들이지만, 시연 버전만으론 게임 정보를 완전히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임스컴은 출품 당시의 완성도를 토대로 수상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들은 출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빌드·트레일러를 모두 공개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몬헌·리나메 등 수상작의 경우 전작부터 누적돼온 세계관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연 버전을 매끄럽게 다듬어 게임성을 상대적으로 잘 어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워낙 팬층이 두터운 작품들이기도 하고, 그래픽이나 스토리 측면에서 역대급으로 잘 나왔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시장 이목이 쏠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어워드 수상에 대한 국내 시장의 기대치가 과도하게 높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지난 2022년 한국 게임 최초로 게임스컴 3관왕을 차지한 데다 올해 역대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한국 게임이 서구권 진출을 본격화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게임스컴의 경우 수상보다는 IP 인지도를 알리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어워드 수상작은 P의 거짓이 유일한데, 당시엔 E3(북미 최대 게임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았기 때문에 경쟁 양상이 다소 달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게임업계가 해외 진출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IP 강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펼쳐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장르 다각화 범위를 넓히는 등 게임성을 지속 높임으로써 장기 흥행하는 대작을 키워야 한다는 것. 판매량 및 성과 측면에서 꾸준한 성과를 보여야 해외 게임쇼에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독일 등 유럽권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독일은 한국과 게이머 스타일과 성향이 대체적으로 비슷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게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금석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유럽권 미디어 및 인플루언서 등을 대상으로 마케팅 영역을 확대하는 등 미디어 믹스 전략의 각인 효과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 차원의 적극 소통을 통해 중소 게임사의 해외 신작 발표회, 전시 지원 등을 늘려가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동관 설치 등 지원책이 규모를 가리지 않고 업계 해외 진출을 돕는 일종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