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줄어도 발행어음은 인기…초대형IB ‘함박웃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28 15:23

4개사 발행어음 잔고 ‘39조원’, 작년 말 대비 증가
금리 낮아져도 예금보다는 커…투자처 실종도 원인
증권업계 “발행어음 인기 한동안 이어질 듯”

여의도 증권가

▲전년 대비 금리가 낮아졌음에도 올해 증권사 발행어음 잔고 총액은 증가했다.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에너지경제DB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에 비해 금리가 하향 조정됐음에도 올해 발행어음 규모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어음 금리가 은행 예금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발행어음으로 자금이 이동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초대형 IB 4개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증권)의 발행어음 잔고 총액은 39조475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말(35조9155억원)에 비해 약 10% 증가한 수준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 증권사가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이다.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지만, 초대형 IB가 가진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해 사실상 안전성 보장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초대형 IB는 이를 자기자본의 200%까지 판매할 수 있으며,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 및 부동산금융 등 투자에 활용된다.



현재 발행어음을 판매하고 있는 4개사의 발행어음 잔고를 보면 미래에셋증권(7조7506억원)이 6개월 동안 1조3019억원이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발행어음 잔고가 제일 많은 한국투자증권(15조8829억원)은 1조1521억원이 증가했다. KB증권(9조6818억원), NH투자증권(6조1604억원)은 각각 9425억원, 1조120억원어치 확대됐다.


정작 올해 시장금리가 하락하며 증권사 발행어음 금리도 줄어들었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발행어음 상품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증권사들의 1년 약정식 발행어음 금리는 연 3.50%~3.65% 수준으로 작년에 비해 1%포인트가량 조정된 상태다.




오히려 발행어음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율이 낮아진 만큼 증권사가 내야 할 이자비용은 줄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올 상반기 지출한 발행어음 이자가 1014억원으로, 전년 동기(1163억원)보다 감소했다.


발행어음 잔고 증가는 국내 시중은행의 예금 상품 금리가 발행어음 금리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매력이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2.50%~3.40% 수준이다.




또한 아직 부동산 경기 침체, 주식 시장에 대한 경계심도 이어지고 있어, 투자 대기 자금이 파킹형 상품인 발행어음에 몰렸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일환으로 특판 발행어음 상품 등을 내놓은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편 9월 중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10월~11월경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예금 이자도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어, 발행어음 투자 열기가 하반기 이후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투자 자금은 투자 대기성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부동산 등 투자처가 명확하게 생기지 않는다면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며 “통상 발행어음은 시중 금리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복잡한 절차 없이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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