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칼럼] 금융의 공공성과 감독체계 개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01 10:30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지난 23일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 김현정 의원 및 조국혁신당의 신장식 의원이 공동 주최한 '금융공공성 확보를 위한 금융감독 강화 방안' 토론회에 참가했다. 토론회는 금융의 공공성(모두를 위한 필수 사회서비스) 인식에서 출발하여 금융감독체계 개편 대안 제시로 마무리했다.




현대 금융은 국가가 마련하는 규제감독제도안에서의 예금, 대출, 투자, 보험 등 국민 '모두가 필요로 하는 필수 사회서비스'라는 점에서 공공성을 지닌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직접 담당하지 않고 민간에게 이양하는 과정에서 효율성 제고를 위해 상업성(이윤창출)을 허용한다. 결국 금융은 공공성과 상업성의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게 되고, 따라서 양자간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양자는 서로 조화되면 시너지 창출도 가능하나, 상충되면 비효율이 발생하거나 심지어 금융위기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 금융의 핵심적 중개기능 관련 공공성을 살펴보자.


첫째, 정부가 은행에 인가한 지급결제기능은 국가 금융경제시스템 작동에 필요한 필수 서비스로 금융공공성의 기반을 제공한다. 이를 무시하고 최근 티몬과 위메프사태 및 머지포인트사태에서는 이커머스기업들이 지급결제를 수익창출 수단으로 이용하려 시도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초래했다.



둘째, 은행 대출은 상업성과 공공성을 모두 지닌다. 은행의 일반대출은 대출신청자 신용도를 기준으로 우량고객을 선택하고 비우량고객은 배제하거나 또는 고객들 간 금리 차등화를 통해 상업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은행이 상업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사회적 대출 수요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예로, 코로나19 사태에서 취약계층 지원용 대출이나 4차 산업혁명 촉진을 위한 혁신기업 대출 등은 모두 국가 운영에 필수적이다. 은행 입장에선 상업성이 중요하겠지만 이들을 무시하면 국가 내지 사회의 부담이 증가한다. 결국 상업성과 공공성 간 균형이 필요하다.


셋째, 금융정보 업무에도 상업성과 공공성이 혼재한다. 예로, 어느 대출신청자의 부실확률이 5%로 파악됐다고 해서 이것만으로 우량, 불량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출신청자 그룹 전체가 0~5% 구간임을 알았다면, 그 때는 5%는 불량신청자로 분류된다. 그룹 전체 정보를 알게 됨으로써 개별정보 가치가 높아진 것인데, 은행이 인가시 허용받은 대로 대출신청자 개별정보를 모아 분포, 평균, 분산 등 유의미한 공공정보를 분석해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즉 개별정보를 모을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가 은행의 공공정보 창출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은 창출한 정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상업성 기준에 따르면 5% 불량신청자 대출은 거절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분포, 평균 등에 담긴 정보가치 상승이 공공성 덕분임을 감안하면 상업성과 공공성 기준의 균형잡힌 적용이 바람직해 보인다.




넷째, 시스템리스크를 관리∙통제하는 최종대부자기능과 예금자보험기능은 공공성을 지니는 국가위험관리 기능의 일부로 개별 금융사 위험관리의 기반을 제공한다. 이를 토대로 개별 금융사는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시스템리스크를 정부, 중앙은행, 감독당국, 금융사들 간 분담 및 협력체계를 통해 관리할 수 있다.


이렇듯 정부와 사회로부터 다양한 공공성 혜택을 누리는 금융은 이를 사회와 고객에게 환원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럼에도 환원은 금융의 또 다른 특성인 상업성으로 인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부가 금융산업진흥을 명분으로 금융사의 과도한 상업성 추구에 눈감은 결과, 금융소비자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사태, 동양사태, DLF사태 및 사모펀드사태 등 2008년 금융위원회 출범 이후 이어지는 금융사고들이 이를 증거한다. 금년 상반기 홍콩ELS사태도 같은 맥락이었고, 지난 7월 티몬/위메프사태도 전자금융업 육성과 연관됐다. 한편 그간 금융산업진흥정책이 금융감독정책을 압도해왔음에도, 아이러니하게도, 금융위 설치법 제1조(목적)에 제시된 '금융산업의 선진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찾기는 용이하지 않다.




금융은 상업성과 공공성 간에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금융감독의 강화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정책이 금융산업정책과 대등한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금융위의 금융산업정책업무는 기획재정부로 보내고 금융감독정책업무는 금감원의 감독집행업무와 통합하여 효율화하는 게 금융산업 선진화의 첩경이다. 국회가 이런 방향으로 추진해 달라는 게 지난 23일 토론회 다수의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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