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배 원아시아 대표 변호인 ‘김앤장→율촌’으로
원아시아파트너스, 카카오와 투자로 오랜기간 인연
지 대표의 아크미디어 ‘유니콘 기업’ 카카오 투자 덕
카카오 엔터 투자 전반,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SM 시세 조종과 관련해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를 변호하던 14명의 김앤장 변호사가 사임했다. 국내 1위 법무법인 변호사들의 대규모 사임으로, 그간 고밸류 투자로 지적받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아크미디어 투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전략총괄과 카카오법인, 지 대표와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배 전 대표와 지 대표가 각각 기소된 사건을 병합해 유무죄를 심리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2월 SM엔터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지 대표의 변호인은 기존 김앤장에서 법무법인 율촌으로 교체됐다. 김앤장은 지난 7월3일 변호인선임계를 제출하고 소속 변호사 14명이 지 대표의 변론을 맡았으나 이날 공판부터 지 대표의 변론은 율촌이 맡았다. 율촌은 지난 22일 변호인선임계를 제출했다. 담당 변호사는 총 4명이다.
그리고 지난 8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구속기소되면서 SM엔터 시세조종 뿐만 아니라 그간 논란이 됐던 카카오엔터의 수많은 인수합병(M&A)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카카오엔터의 오랜 투자파트너 원아시아파트너스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오랜 기간 투자를 하고 투자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아크미디어에 지난해 말까지 350억원을 투자했다.
오는 게 있다면 가는 것도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바이올렛 제1호 △그레이 제1호 △하바나 제1호를 통해 각각 △카카오VX △그레이고 △SM엔터테인먼트에 지분을 투자했다. 200억원 규모다.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아크미디어의 회장 역할도 함께 한다. 아크미디어는 카카오엔터가 1조 밸류를 인정해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유니콘 회사로 등극한 곳이다.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아크미디어 투자는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1월 카카오엔터가 아크미디어에 투자했는데 당시 아크미디어는 “당사는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일컫는 국내 현존 유니콘 기업 가운데 설립 후 가장 빠르게 유니콘에 진입한 기업으로 기록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양사의 투자는 재판도 병합할 만큼 밀접한 관계 및 사법 리스크 현실화로 그 가치가 희석될 개연성이 있다. 비상장 주식은 공개시장에서 거래된다고 보기 어렵기에 객관적인 가치라 보기 어려우며 일부 전문가들이 평가한 가치가 그대로 기업가치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만약 카카오엔터가 아크미디어에 보답성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했다면 심각한 일"이라면서 “카카오 투자 수장과 아크미디어 회장은 나란히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관련 재판을 받기에 밸류에이션 역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兆)단위 영업권 손실을 기록한 카카오엔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 이후 카카오엔터는 100개가 넘는 엔터 기업들을 인수했다. 카카오는 엔터 기업 오너들의 투자금 회수 창구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웃돈을 지불했는데 웃돈 지불의 결과물은 대규모 손실로 되돌아오고 있다.
지난 2년간 카카오엔터의 투자 관련 손실은 1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카카오엔터의 영업권 관련 무형자산 손상차손은 9245억원이다. 전년 6676억원을 고려할 때 2년 새 1조5921억원을 영업권 관련 손상으로 인식한 것이다. 영업권은 인수 및 합병하는 과정에서 웃돈으로 지불한 가치를 계상하는 계정이다.
카카오엔터는 그간 문어발식 확장 과정에서 웃돈도 많이 지불했다. 2020년 초 830억원이었던 영업권은 20배 이상 증가해 2021년말 기준 1조8870억원이 늘었다. 2021년 말 카카오엔터의 총자산이 3조7176억원임을 고려할 때 자산의 절반 이상이 웃돈 지불액이었다는 의미다.
인수한 기업들의 실적이 잘 나왔다면 여전히 웃돈은 자산으로 남아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카카오엔터는 투자 액수 만큼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 대거 손상을 인식했다. 손상을 가장 많이 계상한 계열사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다. 타파스는 북미 시장에서 K웹툰 전초 기지 역할을 위해 투자했으나 기대와 달리 지난해 42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관련 영업권의 97%는 손상 처리됐다. 유튜버 김계란, 진용진, 공혁준, 걸밴드 QWER 등이 속한 쓰리와이코프레이션의 영업권은 전액 상각됐다.
뿐만 아니라, 가수 아이유가 속한 이담엔터테인먼트 역시 절반 이상의 영업권이 손상처리됐다. 지난해 초 기준 450억원이던 영업권은 250억원 이상 손상을 인식해 200억원까지 감소했다. 유재석, 이효리, 유희열 등이 속한 안테나 역시 84억원의 영업권 중 절반 가까운 40억원이 손상 처리됐다.
그럼에도 추가적인 손상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바람픽쳐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카카오엔터는 바람픽쳐스의 손상을 인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우 윤정희 씨의 남편인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은 고가 인수 관련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이기에 결과에 따라 기업 가치의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의 무분별한 투자가 있었다"면서 “그 후폭풍의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실적으로 보더라도 방만한 투자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 대표 로펌인 김앤장도 포기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