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거래대금 감소세…개인 순매도 움직임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꾸준히 늘어 ‘858억달러’
美 대비 낮은 수익률이 문제…“수급 개선이 관건”
국내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개인들의 순매도세가 강해지면서 코스피 거래대금은 줄어드는 반면, 미국 주식 보관금액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기업 밸류업 정책 등 국내 주식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미국 주식에 비해 떨어지는 수익률에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는 10조64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8조8749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2월(11조3343억원)을 시작으로 내내 11조원 수준을 유지하다 6월 최고점(12조9650억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코스피 상장주식 회전율도 8월에 올해 최저치(13.88%)를 찍었다.
줄어든 거래량만큼이나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개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3조501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기관 투자자(6조7275억원 순매도)의 약 두 배에 이르며, 외국인 투자자(21조2484억원 순매수) 동향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을 지닌 투자자 예탁금도 8월 29일 기준 약 53조원으로 작년 말(약 52조7000억원) 대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증시를 향한 국내 개미들의 관심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올 8월 말 기준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보관금액 규모는 858억달러(한화 약 114조9720억원)로 집계됐다. 미국 경기 둔화 공포, 미국 주식 주간거래 정지 사태 등 이슈로 7월(882억달러)보다는 감소했으나, 1월(647억달러) 대비해서는 대폭 확대됐다.
국내 증시 부흥을 위해 밸류업 등 여러 가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나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미국 등 해외로 이탈중인 것이다.
원인으로는 우선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 간 수익률 격차가 지목된다. 연초 이후 8월 말까지 코스피 지수 수익률은 0.17%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수익률은 19.09%에 달한다. 기술주 중심으로 변동성이 큰 나스닥 지수는 19.96%를 기록했다. 밸류업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코스피가 오름세를 보여도 별다른 호재가 없을 때 곧장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등 중장기 투자 매력이 부재했던 것이다.
올 한 해 국내 증시를 이끌어갈 마땅한 테마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인공지능(AI) 특수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됐지만, 미국 엔비디아 등 일부 종목에 종속되는 모습을 보여 악재가 있을 때도 변동성이 컸다. 지난달 발표된 엔비디아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도 'AI 거품론'이 확산되며 국내 관련주 주가가 크게 빠졌다. 그나마 밸류업 수혜를 입는 금융·자동차 관련주가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지수를 이끌어가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저평가 극복을 위해서는 개인 투자자를 위시한 국내 수급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시장의 저평가는 국내 수급 부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수급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코스피 200의 주당순이익(EPS)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나 주가수익률(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역사적인 평균치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