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사업장 10곳 중 1곳 구조조정 대상
중소건설업체 잇딴 부도 ‘곧 가시화’
건산연 “SOC 예산 투입 늘려야 연착륙”
9월부터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소 건설사들이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기초 체력이 이미 부실해진 상황이라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체 사업장 10곳 중 1곳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16조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사업장을 평가한 결과 유의(C등급)·부실우려(D등급) 사업장이 9.7%(21조원) 수준으로 집계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분류를 3단계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했다. 평가 결과 C등급과 D등급은 재구조화 및 자율매각, 사업장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한 매각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은 1차 대상에 들지 않은 182조8000억원 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평가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2조3000억원이 구조조정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은 전체 PF의 10.8%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은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유의·부실우려 여신 대부분이 브리지론·토지담보대출이며 공사가 진행 중인 본 PF에선 크지 않아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줄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경·공매로 넘어가는 사업장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중견·중소건설사들에게 큰 타격이 우려된다. 이미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기초 체력이 이미 부실해진 상황에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부도 건설업체 수는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부도난 건설업체는 종합건설사 7개, 전문건설사 15개 총 22개다. 이는 지난해 전체 부도 업체 수(21곳)를 이미 뛰어넘고 24곳이 부도났던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연착륙을 위한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지만 현재 부실사업장을 세분화하면서 기준이 더욱 엄격해졌다"며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중견·중소건설사들의 줄도산 위기감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더해 건설 경기 불황 및 PF시장 불안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를 계약했던 시행사들이 금융 조달에 실패, 제때 공사에 착공하지 못해 해약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1~7월 LH로부터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았다가 해약된 곳은 총 17필지, 금액으로는 1조9119억원에 달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총 5필지(3749억원)가 해약된 것과 비교하면 금액 규모로는 5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일감마저 줄어들고 있고 줄도산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다. 내년도 SOC 예산은 25조4825억원으로 올해 26조4422억원 대비 3.6% 감소했다. 지자체가 발주하는 SOC 물량 의존도가 높은 지방 중소건설사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올해 예산도 넉넉한 수준이 아니었다. 앞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2.3% 이상을 달성하려면 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투자 등을 합쳐 59조5000억원 규모의 SOC 투자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SOC 예산이 28조원 이상 편성돼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전히 경기 위축 가능성이 존재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와 시설물의 노후화에 따른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SOC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