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에도 ICC 회원국 몽골 버젓이 환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03 22:06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EPA/연합뉴스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 대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ICC 가입국인 몽골에 대놓고 방문해 국제사회에 당당함을 과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 AFP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3일(이하 현지시간)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관련 일정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주요 정부 기관이 모인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후렐수흐 대통령과 악수하고, 칭기즈칸 동상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두 대통령은 이후 정상회담을 위해 나란히 정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몽골은 ICC 가입 조약인 로마 규정에 서명해 ICC가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했다.




앞서 ICC는 작년 3월 푸틴 대통령에 우크라이나 어린이 불법 이주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그러나 후렐수흐 대통령은 오히려 레드카펫을 깔아주면서 푸틴 대통령을 환대했다.




체포영장 발부 이후 푸틴 대통령이 방문한 ICC 가입국은 이번 몽골이 처음이다. 이는 첫 몽골인 ICC 재판관이 나온 지 불과 6개월 만이기도 하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몽골에 도착하기 전 브리핑에서 몽골이 ICC 사법권을 인정하는 문제가 이번 정상 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ICC 체포 영장 문제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반응을 드러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일정에 정통한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몽골 방문에 앞서 불체포를 확약받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 몽골 방문에 앞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몽골에 푸틴 대통령 체포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도 몽골 체포 의무 불이행을 우려했다.


울란바토르 주재 미국 대사관 대변인도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침략을 홍보할 수 있는 발판이 제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국제법 전문가인 타마스 호프만은 “ICC는 몽골을 협조 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ICC 규정 위반국에 제재와 같은 심각한 처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ICC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제노사이드 혐의로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오마르 알-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이 2015년 남아공을 방문했을 때 국제사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체포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넘어갔다.


특히 유럽 크기 절반 면적에 인구는 340만명에 불과한 몽골에게 러시아는 중국 외에 국경을 접한 또 하나의 나라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양국과) 가장 관련성 있는 국제·지역 이슈들에 관해 견해를 공유했고 많은 양자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 양국 무역·투자 증진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1∼7월 양국 무역액이 21% 이상 늘었고 결제는 대부분 달러·유로화가 아닌 통화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몽골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이 참여하는 다자기구) 간 무역 협정 체결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자국 전문가들이 러시아와 몽골, 중국을 연결하는 1000㎞가량 가스관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 가스의 몽골 경유뿐만 아니라 몽골 소비자에게 이 가스가 공급될 가능성이 고려되고 있고 가장 현대적이고 안전한 러시아 기술에 기반한 평화로운 원자력 분야 공동 프로젝트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22∼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후렐수흐 대통령을 초청하기도 했다.


후렐수흐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방문에 감사를 표한 뒤 “영원한 이웃(러시아)이 전 세계 인류 평화·안보·지속가능한 발전·복지를 확립하는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신뢰·상호 존중·협력을 구축하는 데 귀중한 공헌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몽골은 에너지 연료를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러시아는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시베리아의 힘 2'를 구축할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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