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포스 ‘엔비디아향 제품 출하 보고서’에
삼성전자 “확인 불가, 테스트 중”… 업계 촉각
SK하이닉스 ‘HBM 독주 체제’에 균열 가능성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고대역폭메모리) 8단 제품을 조만간 공급할 것이라는 소식이 연일 나오면서 AI 반도체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HBM3E, AI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부상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HBM3E 8단 제품이 엔비디아로 출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 불가"라며 “계속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러한 신중한 태도를 오히려 HBM3E 공급이 무르익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고객사와의 계약을 염두에 둔 행동이기 때문이다.
HBM3E는 기존 HBM3에 비해 대역폭이 최대 1.2배 향상된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의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부품이다. 초당 최대 9.6Gb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자랑하며, 이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가장 빠른 DDR5 DRAM의 약 10배에 달하는 속도다. 이러한 고성능으로 인해 AI 학습 및 추론 과정에서 데이터 병목 현상을 크게 줄일 수 있어, AI 칩 제조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BM3E 시장 규모는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 어려우나, 업계 전문가들은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AI와 빅데이터 분석,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의 수요 증가로 인해 시장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도 올해 HBM3E의 소비점유율이 6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SK하이닉스 선두, 삼성 맹추격…시장 재편 가능성
현재 HBM3E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선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 3월부터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공급 중이며, 최근에는 12단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시장 점유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현재 HBM3E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도 2분기부터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내 HBM3E 8단 제품 양산 및 공급 본격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HBM 태스크포스(TF)팀을 개발실로 격상하고 인력을 대거 투입해 수율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적극적인 행보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HBM3E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 예측은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다.
만약 엔비디아의 H200 및 향후 출시될 블랙웰 시리즈에 HBM3E가 탑재된다면 AI 가속기의 성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 기술난관 극복하며 HBM3E 경쟁력 확보
삼성전자의 HBM3E 개발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초기 단계에서 열 관리와 전력 소비 문제로 인해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고성능 메모리 칩 개발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로, 성능 향상과 안정성 확보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삼성전자의 엔지니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칩 설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고효율 열 확산 구조 도입, 전력 관리 회로의 최적화, 다층 구조에서의 열 분산 기술 개선, 저전력 동작 모드 구현 등의 숙제를 해결하기 바빴다.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맞서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어 삼성전자의 고객층은 지금보다 더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 기술 기업들은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등이 AI 반도체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HBM3E 엔비디아 공급은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를 변화시키고,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AI 반도체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HBM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주요 업체의 경쟁도 심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