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4% 더 내고 2% 더 받는다…내년부터 세대별 차등 인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04 14:32
윤석열 대통령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현행 9%에서 13%로 인상된다.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 비율)은 42%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낸 만큼 노후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개혁안을 단일안으로 내놓은 것은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 올해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의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발표된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은 보험료율이 현행 9%에서 13%로 4%포인트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험료율은 1998년 9%가 된 뒤 26년째 같은 수준이다.



보험료율은 가입자의 월소득(기준소득월액) 중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는 비율이다. 직장인의 경우 근로자와 사측이 절반씩 부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가입자 개인이 모두 부담한다.


다만 세대별로 보험료율이 차등 인상된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 인상하는 방식이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평균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로, 연금의 소득보장 수준을 의미한다. 연금개혁에서 논의되는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하는 명목소득대체율이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때 70%로 높게 설계됐지만, 2008년 50%로 낮아진 뒤 매년 0.5%포인트씩 인하돼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다. 올해 명목 소득대체율은 42%인데, 정부안은 이를 더 이상 낮추지 않고 유지하는 내용이다.




정부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져 내년 시행되면 보험료율은 27년 만에 인상되며,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하향 조정을 멈추게 된다.


정부안은 또 하나의 '모수(母數)'로 기금수익률 '1% 제고'도 제시했다. 지난해 5차 재정추계 당시 설정된 장기 수익률 4.5%를 5.5% 이상으로 높여 2056년인 기금 소진 시점을 2072년까지 늦춘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대 여명이나 가입자 수 증감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해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의 도입도 검토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혁안의 핵심은 모든 세대가 제도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높인 것"이라며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해 국민들의 노후 생활을 더 튼튼히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세밀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연금개혁 추진계획 브리핑하는 조규홍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월 최대 33만4810원인 기초연금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월 40만원까지 높이기로 했다. 우선 2026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어르신을 대상으로 인상한 뒤, 2027년 전체 대상자(소득 하위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 거주 요건(19세 이상 5년), 해외소득·재산 신고의무 신설 등을 통해 기초연금 제도의 내실화도 추진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생계급여 지급을 축소하는 방식도 단계적으로 개선한다.


현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액만큼 생계급여에서 감액되는 방식이어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해도 기금 고갈로 받을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청년층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도 국민연금법이 연급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할 의무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더 명확히 할 계획이다.


현재 59세인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 상한을 64세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기대여명 또한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다.


다만 의무가입기간만 늘어날 경우 60대 초반의 소득 공백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는 만큼 '고령자 계속고용 여건 개선'과 연계해 장기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연금개혁 추진개혁안에 쏠린 눈

▲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계획 발표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군복무·출산 크레딧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군복무 크레딧은 군 복무자에게, 출산 크레딧은 출산 시 가입기간을 추가로 얹어주는 방식이다.


군복무 크레딧은 현재 6개월까지만 인정해주는 것을 전체 군복무 기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출산크레딧은 현재는 둘째 아이부터가 대상이지만, 이를 첫 아이부터로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논의한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도 완화해 최대 12개월 동안 보험료 절반을 지원하는 사업의 대상과 지원 기간을 늘릴 방침이다.


정부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더하는 '다층 연금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장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영세사업장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등에 대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금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현물이전 시스템을 구축해 수익률 개선을 꾀한다.


개인연금은 교육·홍보 강화와 세제 혜택 등으로 가입자 확대를 유도하고, 상품 제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해 수익률을 개선하는 개인연금 활성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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