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수도권 최대 1.4조원 부담”
“전력수요 분산 효과 제한적” 지적
기업 인프라·지역 균형 개선 제안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이 내년으로 다가왔지만, 제도의 핵심 목표인 대규모 전력수요의 지역 분산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도권 제조업 연간 최대 1.4조원 부담 증가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전망과 함께 수도권 제조업계의 막대한 비용 부담 증가를 예측했다.
한경협의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업종별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새 요금제 시행 시 수도권 제조업 전체의 연간 전력비용 부담이 최대 1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산업용 전력수요가 다른 계약종에 비해 낮은 가격탄력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즉, 전기요금이 올라도 산업계의 전력 사용량은 크게 줄지 않아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내년부터 도매가격의 지역별 차등화를 시작으로, 2026년에는 소매가격의 지역별 차등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이 제도하에서는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의 전기요금은 낮아지고, 반대로 전력자급률이 낮은 지역의 전기요금은 높아질 전망이다.
한경협은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도매가격 격차가 19~34원(/kWh)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토대로 수도권 내 업종별 전력비용 부담을 추정한 결과, 제조업 전체의 연간 전력비용 부담은 최소 8000억원에서 최대 1조4000억원 사이에서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종별로는 전자‧통신 분야의 전력 부담 비용이 최대 6000억원으로 가장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제조업 25개 업종의 평균 전력비용 부담 상승분은 5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력비용 상승에도 기업 입지변화 효과 제한적
그러나 한경협은 이러한 전력비용의 변화가 기업들의 유의미한 입지 변화를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기준 산업 전력사용량의 64.2%가 이미 비수도권에 분포하고 있으며, 수도권 내 업종별 전력사용량 변화는 최근 3년간 미미한 수준(0.1%p 감소)에 그쳤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자‧통신 업종의 수도권 내 전력사용량은 같은 기간 3.4%p 증가했다. 이는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반도체 공장 및 데이터센터의 신‧증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경협은 이들 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주요 원인을 인력 확보의 용이성으로 꼽았다. 따라서 전력비용이 상승하더라도 전자‧통신 업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수도권 내 에너지 다소비 건물들이 대부분 기반시설의 성격을 띠고 있어 입지 변경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 중 상당수가 백화점, 병원, 학교 등으로, 이러한 시설들은 전력비용의 변동에 따라 쉽게 위치를 옮기기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업 인프라 확보와 지역 전력수급 균형 개선 필요"
이에 한경협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정책 효과를 개선하고 대규모 전력수요 분산을 달성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기업 인프라 확보의 선행이다. 기업의 입지 결정에 있어 기반시설, 유관 업종의 집적성, 인력 유치 등이 중요한 만큼, 전력수요의 지역 분산을 위해서는 민간의 수요와 유인체계를 고려한 기업 인프라 확보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지방시대 종합계획' 내 지자체별 전력수급 균형 개선방안 마련이다. 산업 입지와 관련된 지원정책을 담은 유턴법('13년 시행)에서 기업의 입지와 '지방시대 종합계획'의 연계를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전력가격 조정을 통한 기업 입지 변화 유도에 앞서, '지방시대 종합계획' 내에서 지자체별 전력수급 균형을 개선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분석은 계약전력 300kW 이상 대규모 전기소비자가 선택하는 산업용전력(을) 계약종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전력량요금의 요금제 평균값을 도출해 사용했으며, 분석의 직관성을 위해 기본요금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한국전력공사의 전력소비행태분석과 한국전력통계 자료를 활용해 업종별 전력 소비패턴을 나타내는 시간대별 상대계수(전력소비계수)를 산출하고, 이를 전력사용량으로 환산해 분석에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