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화학사 차입금 30조원 돌파…실적 악화 장기화로 자금조달 경고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04 15:06

6월 말 차입금 30조4142억원 사상 최대치
롯데케미칼 EBITDA/이자비용 지표 악화
효성화학 올해 두 차례 회사채 전액 미매각
다른 화학사도 신용등급 잇달아 강등 현실화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국내 주요 화학사의 차입금이 3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제품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신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를 늘리면서 차입금을 대거 조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 실적 호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일부 화학사에서는 향후 실적 추이에 따라서 대규모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화학사 6개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한화토탈에너지스·SK지오센트릭)의 6월 말 별도 기준 차입금 총계는 30조41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들 화학사가 차입금 규모를 외부에 공개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공개 시점 이전 기업이 빌릴 수 있었던 차입금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상 최대치다.



◇18개월 만에 차입금 30.43% 늘어···롯데케미칼 재무지표 악화로 주목

이들 6개 화학사의 차입금 규모는 2020년까지 10조원대 초반 수준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1년 19조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후에도 매년 4조~5조원 규모로 늘어나 올해 30조원을 돌파하는데 이르렀다. 2022년 말 23조3180억원에 비해서는 18개월 만에 30.43%(7조962억원)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단기간에 차입금이 급격히 늘어난 탓에 재무 리스크 역시 크게 부각된다는 점이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과거 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면서 일정 재무비율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재무약정을 지키지 못했다.




과거 일본계 미즈호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면서 연결 기준으로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이자비용'을 5배 이상 유지하겠다고 약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을 빌리면서도 대주단과 거의 유사한 재무약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올해 6월 말 기준 실적 악화로 'EBITDA/이자비용'을 유지하지 못했다. 실적 악화로 올해 상반기 EBITDA가 379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4343억원 대비 줄어든 반면 이자비용은 1676억원에서 2094억원으로 늘어난 탓이다.




대출을 해준 은행 등은 올해 연말까지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아직 상환 요청 등의 움직임은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재무 리스크가 부각된 지금의 상황이 이어지면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6대 화학사 총차입금 규모

◇한화솔루션·효성화학 등 미매각 우려도···올해 하반기 실적 반등도 기대난

롯데케미칼처럼 뚜렷하지는 않으나 다른 주요 화학사도 자금 조달을 위한 허들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롯데케미칼과 한화토탈에너지스, 여천NCC(한화솔루션·DL케미칼 합작사) 등 대기업 계열 화학사들의 신용등급이 각각 1노치(notch)씩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이 기간 LG화학과 SK지오센트릭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조정되는 등 전체적으로 하향 추세다.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동일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이전보다 이자비용을 더 많이 지불해야하거나 아예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한화솔루션은 지난 1월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5년물이 일부 미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 청약 등을 통해 목표 물량을 채웠지만, 향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효성화학은 올해 두 차례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또 전액 미매각을 기록했다. 효성화학은 지난 6월 1년6개월물 5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1년6개월물 500억원 발행에 나섰지만 전액 미매각됐다. 여천NCC도 지난 3월 2년물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국내 주요 화학사들이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화학사들은 최근까지 고금리로 인한 경기 부진의 여파로 수요 둔화가 이어지면서 실적 악화가 장기화됐다. 최근 글로벌 금리 인하 소식이 들리면서 수요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이나 연말까지 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화학제품 수요 역시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적 악화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진다면 일부 화학사들이 대규모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매출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환경에서 현금흐름을 안정화하기 위해 원가 절감과 신사업 투자 규모나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신사업 투자를 대거 줄이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방법이라서 화학사들의 고민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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