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등 국내·외서 투자 지속…수주잔고 증가
AI 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대 영향
노후 인프라 교체·러-우 전쟁 장기화 따른 수요
글로벌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업계도 실적 향상을 위해 생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5월부터 360억원을 들여 중저압차단기 스마트팩토리용 부지를 매입했다. 내년 말까지 약 82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 공장을 짓는 등 2030년까지 생산량을 2배 가량 높인다는 목표다.
올해 말까지 변압기공장 철심가공설비 구축 등이 이뤄질 예정으로, 180억원 규모의 800kV급 리액터 설비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변압기 적치장 및 자재창고 확장으로 납기변경에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효성중공업은 올 상반기에 신·증설과 설비개선 등에 2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초고압변압기 생산력을 40% 이상 늘리기 위해 미국 멤피스와 경남 창원에도 1000억원을 투자한다. 저압전동기 이익 확대 목적으로 배트남 공장 증설도 이뤄졌다.
LS일렉트릭 역시 1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다. 기존 부산사업장에 예정된 803억원에서 205억원을 늘린 것이다. 진공 건조설비(VPD) 2기 구축으로 초고압변압기 생산력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일감도 많아졌다. HD현대일렉트릭의 6월말 기준 수주잔고는 52억5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1% 늘어났다. 북미·중동·유럽에서 선전한 덕분으로, 최근 스웨덴 시장에도 처음 진출했다.
효성중공업의 수주잔고(중공업부문)도 같은 기간 5조5000억원에서 6억6000억원 규모로 향상됐다. 여기에는 노르웨이·모잠비크와 체결한 계약도 포함됐다. LS일렉트릭 전력부문도 북미향 초고압변압기·배전반 호조에 힘입어 수주잔고가 지난해말 2조3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2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 △노후 인프라 교체 수요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대 등이 맞물린 결과다. 업계는 향후에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2026년 1050TWh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AI 활용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의 전력설비 증가율도 기존 데이터센터 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AI 서버 기술이 전력사용량 증가를 야기하고 있으며,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기존 검색 서비스 보다 전력 소모가 큰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선진시장 내 오래된 송·배전 설비가 많은 상황에서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국내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송전 인프라의 70% 가량이 25년을 넘었고, 2차대전 직후 건설된 경우도 있다.
유럽에서도 배전망의 40%가 40년 이상인 상황이다. 전력망 인프라가 노후되면 정전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설비 고장이 잦아지고, 복구에 소요되는 기간도 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언급된다.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전력망 복구 지원에 나서면서 관련 장비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마진 프로젝트가 매출로 반영되는 중으로, 수익성 향상을 위한 선별수주도 이뤄지고 있다"며 “수주지역 다변화로 글로벌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