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플레이션, 내년까지 이어진다”…일본식 침체에 빠지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10 14:38
CHINA-ECONOMY/INFLATION

▲중국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사진=로이터/연합)

작년부터 이어졌던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 악순환에 빠져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중국의 디플레이션 스파이럴(악순환) 이제 위험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중국의 물가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경제 전반의 물가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인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지난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이는 1999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럴 경우 통계 발표가 시작된 1993년 이후 최장 기간이 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와 BNP파리바는 GDP 디플레이터가 내년까지 마이너스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고 ANZ는 향후 6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GDP 디플레이터가 0.5%포인트 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BCA리서치는 이런 추세가 최소 12개월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0.6% 올라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시장 전망치(0.7%)를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0.3%에 불과했다. 이는 3년여 만에 최저였다.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시중 자금이 채권시장에 몰리면서 중국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상태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하락 등을 근거로 “우리는 분명 디플레이션 상태에 있으며 디플레이션의 2번째 단계를 거치고 있을지 모른다"며 “일본의 전례에서 알 수 있듯 디플레이션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이 더 심해지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했다.


물가가 정체되거나 내릴 것으로 판단되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거나 늦추게 된다. 이럴 경우 기업들은 매출 감소 속에 투자를 줄이고 임금 삭감이나 해고에 나설 수 있다. 실업자가 증가하거나 임금이 깎인 소비자들이 많아지면 소비 중단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민간 지표들을 보면 이런 현상이 이미 발생하기 싲가했다. 차이신인사이트그룹 등의 자료를 보면 전기차 제조업체나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의 지난달 기준 직원 초봉은 2022년 고점 대비 10%가량 줄어들었다.


창장상학원이 300개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인건비 증가세는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약했고, 취업 정보 사이트 자오핀 자료를 보면 38개 주요 도시의 2분기 평균 채용 급여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수십 년' 시기에 볼 수 있었던 사이클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이 수십년간 겪었던 장기 침체로 이어질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개 논의를 제한하는 가운데 이강 전 인민은행(중국 중앙은행) 행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지금은 디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향후 몇 분기 내에 GDP 디플레이터를 플러스로 전환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8월 수출이 깜짝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수출액(달러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8.7% 증가한 3086억4730만 달러(약 415조1000억원)로 2022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로이터통신의 시장 전망치(6.5% 증가)와 전월(7월) 수출 증가율 7.0%를 모두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특히 유럽연합(EU), 인도, 브라질에 대한 중국의 수출은 두 자릿수 성장을 보였고 중국의 대미수출 또한 5.1% 증가해 2022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8월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늘어난 2176억2570만 달러(약 292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수입은 로이터의 시장 전망치(2% 증가)와 전월(7월) 수입 증가율(7.2%)에 모두 못 미쳤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부동산 침체와 디플레이션 속에서 중국의 수출이 희소식"이라면서도 “저가 공세로 미국, 남미, 유럽에서 반발이 거세지는 만큼 중국 정부의 수출 전략에 대한 지속가능성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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