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가계대출 급등세···“위험신호 vs 문제없다” 갑론을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11 15:32

주담대 급증에 가계신용 잔액 역대 최대···정부·한은 “규제해야” 한 목소리
일각선 “기업 이익 늘고 韓 경제 체력 튼튼” 주장···“실수요자 보호해야” 반론도

자료사진.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자료사진.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금융당국이 수도권 부동산 과열 문제 해결을 위해 '가계부채와 전쟁'을 선언한 가운데 시장·수요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만큼 확실한 정책을 마련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나친 규제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한국의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원이다.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올해 3월 말(188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13조8000억원 늘었다.


긴축 상황에서도 가계신용 잔액이 늘어난 것은 '부동산 쏠림' 현상 때문이다. 3월 말 대비 6월 말 금액을 비교해보면 카드대금 등 판매신용 부문 잔액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6조원 늘어 1092조7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신용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 가량이다.



금융당국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 전방위적인 규제 카드를 꺼내들게 된 배경이다. 정부는 '풍선효과' 예방 차원에서 신용대출을 조이는 등 가계부채 감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은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도권 집값만 오르고 지방에서는 아직 미분양이 속출해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일단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부동산 탓에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에서 “(금리 동결 결정은)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는 고민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한 위원은 당시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은 목표 수준에 수렴해 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돼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발언했다. 한은이 부동산 과열을 우려해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발표한 정례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주택 수요가 느는 동안 제조업을 비롯한 다른 업종에서 건설·부동산업으로 신용이 옮겨가는 현상을 두고 “건설·부동산업의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해당 업종에 대한 과도한 대출 쏠림이 성장에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가계 부채 증가가 우리 경제가 감내할 만한 수준으로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5일 MBC '뉴스 외전'에 출연해 “지금 부동산 상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국지적 상승이라고 봐야지 과열 국면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기업 이익이 이렇게 늘고 있는데 내년 연봉을 삭감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와 시장 연관성이 높은 미국도 금리 인하를 앞두고 있다"며 “집값을 잡는다는 정부의 대출 규제라는 망은 너무 허술한 망이라 앞으로 시장은 충분히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가계대출 총액 통계 자체가 왜곡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주택 등을 통해 정부·기업이 품어야 할 부채를 대규모 민간 사금융(전세)에 떠넘기다보니 숫자가 부풀려졌다는 게 골자다. 부동산 상승기에는 '갭투자'까지 성행해 가계신용 잔고가 또 한 번 뻥튀기된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가 해외 주요국 대비 낮다는 통계 해석도 대규모 빚을 가게에 떠넘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국민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5년 말 100.4%에서 2020년 말 93.5%로 낮아졌다. 2위 홍콩(93.3%)을 제외하면 미국(72.8%), 영국(78.5%), 일본(64.1%), 중국(62.3%) 유로존(54.1%) 등과는 격차가 큰 상황이다.



여헌우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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