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부추기는 공급확대
인플레 둔화·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에 긍정적
가처분소득 증가로 소비에도 도움
글로벌 원유시장에 공급확대로 국제유가 하락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자 세계 경제가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는 이른바 '연착륙'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허리케인 상륙의 영향으로 11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전날 급락분의 일부를 만회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37% 상승한 배럴당 67.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WTI 가격은 4% 넘게 하락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가격도 전장 대비 2.05% 뛴 배럴당 70.61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약 3년 만에 배럴당 70달러선을 내준 지 하루 만에 복귀했다.
미 남부에 상륙한 허리케인으로 일부 산유 시설이 폐쇄됐다는 소식에 유가가 이날 반등했지만 유가가 앞으로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업계 중론이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 애널리스트는 “트레이더들은 예상보다 공급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이날 CNBC에 말했다.
글로벌 원자재 중개업체인 트라피구라 그룹의 벤 루코크 석유 부문 총괄은 최근 열린 아시아·태평양 석유회의(APPEC) 콘퍼런스에서 브렌트유가 조만간 60달러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중개업체인 건버의 토르비욘 툰크비스트 회장도 “오늘날 우리는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며 “이러한 균형은 향후 몇 년 동안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도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추가 감산에 나서지 않으면 과잉공급에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고 JP모건체이스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원유생산이 올해와 내년에 각각 하루 150만배럴 늘어나 수요 증가분을 50% 가량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OPEC+ 회원국 중 8개국의 하루 220만 배럴에 달하는 추가 자발적 감산은 오는 11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이처럼 공급확대에 따른 유가 하락 전망은 세계 경제가 연착륙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와 이로 인한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는 경기부양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리걸 앤 제너럴 투자운용의 팀 드레이슨 경제 총괄은 유가 하락과 관련해 “유럽은 물론 미국도 연착륙을 달성할 확률을 높인다"며 “전반적으로 봤을 때 정책금리를 낮추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폴리시의 크리스토프 류엘 선임 애널리스트도 “(유가 하락은) 특히 중앙은행들에게 매우 도움이 된다"며 “인플레이션 압박을 덜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분석한 결과 브렌트유가 지난 7월 배럴당 80달러대에서 전망치인 6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경우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율이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유가 하락으로 영국과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가 하락은 또 가계의 가처분소득 확대로 이어져 소비 등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나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드레이슨은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는 실질소득이 늘어나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TS 롬바드의 프레야 비미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상승해 현재 미국 경제에 나타난 일부 균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