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여명 참석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 성황
현대차, 수소·모빌리티 기술 협력 MOU 체결
두산에너빌리티, 체코 원전 터빈 공급 협약
한국, 체코 제4대 외국인투자국으로 부상
한국 재계 리더들이 체코를 방문해 미래 산업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약 24조원 규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기업인이 대거 체코를 방문해 거둔 성과다.
◇470여명 참석한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 개최
21일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프라하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은 양국 기업인 470여명이 참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 교류의 장이 됐다.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원전, 수소 경제,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체코와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개회사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원전, 수소와 같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Carbon Free 에너지 공급"이라며 “원전을 이용한 수소 생산도 양국의 최우선 협력 과제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 또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분야"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수소경제와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력 MOU 체결
현대자동차는 이번 방문에서 두 건의 주목할 만한 MOU를 체결했다.
먼저 스코다 일렉트릭과 '수소 경제와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MOU를 맺었다.
이를 통해 양사는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및 기술 관련 협업, 효율적인 에너지 솔루션 적용을 위한 연구, 수소 생태계 및 밸류체인 기회 모색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차는 오스트라바 공과대학,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산업기술평가원과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업'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차량·사물간 통신(V2X), 양방향 충·방전(V2G),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전반을 연구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현대차 전략기획실 김동욱 부사장은 “한국과 체코 양국이 친환경차 시대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체코는 2020년 '친환경 모빌리티 국가 계획'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4만~5만대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하는 한편, 현재 6개소에 불과한 수소충전소를 2025년까지 12개소, 2030년까지 40개소까지 설치할 예정으로, 한국 기업들의 진출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9일(현지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체코공장(HMMC)을 방문했다.
유럽 역내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EV 생산거점인 현대차 체코공장에서 현지 주요 사업 현안을 점검하며 새로운 미래성장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정의선 회장은 본격적인 전동화 시대를 대비해 스마트 제조 플랫폼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는 체코공장 생산라인을 직접 둘러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체코 원전 증기터빈 공급 협약 체결
두산에너빌리티도 이번 방문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스코다파워와 함께 체코 원전 증기터빈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힘든 경쟁을 뚫고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최종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체코가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얀 라파이 체코산업연맹 회장은 “한국은 체코의 가장 중요한 비유럽 무역 파트너 중 하나가 됐으며, 체코는 많은 한국 기업이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앞으로 녹색 에너지, 디지털 전환, 첨단 기술과 같은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국 교역 확대, 한국 체코 제4대 외국인투자국으로 부상
실제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양국 간 교역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3년 역대 최대치인 44억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체코 투자 누적금액은 20억7400만 달러로, 한국은 체코의 제4대 외국인투자국이다.
특히 현대차의 노쇼비체 생산공장 투자(14억 달러 규모)는 체코 내 역대 최대 외국인투자 사례로 꼽힌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양국 기업인이 모여 논의한 사항들이 한-체코 에너지·인프라 분야 민관 협력에서 더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 분야와 첨단산업 분야로까지 연계와 시너지가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