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리파이낸싱 과정에서의 주주가치 희석 우려
회사채·전환사채 발행 가능성 제기되자 주가 하락
오는 26일 주총서 주요 안건 반대의사 표명 예정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연말 리파이낸싱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자금 조달 방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 역시 크게 하락한 만큼 주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오는 26일 제1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소액주주들은 정기주총에서 안건 중 하나인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할 예정이다. 반대의사 표명을 통해 소액주주의 결집력을 강하게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는 '의결권대리행사권유'를 공시하고 지난 20일부터 전자위임을 시작했다. 액트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4시 기준 1.9%(374만6851만주)가 위임에 참여했다. 20일 기준 액트에 모인 소액주주 지분율이 6.12%(1207만8097주)에 달하는 만큼 26일 주총 전까지 위임 참여 주주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이 결집한 이유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연말 리파이낸싱 조달 방법에 대해 많은 주주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제이알투자운용이 운용하는 리츠로 지난 2020년 8월 상장했다. 해외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해외형 리츠다. 대표적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파이낸스 타워 콤플렉스'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 세븐스 에비뉴'를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벨기에 파이낸스 타워 편입 과정에서 받은 1조원 규모의 담보대출을 상환하는 수단으로 회사채 발행과 전환사채 발행 등이 언급되면서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담보대출 당시 저금리였기 때문에 1%대 금리로 받았지만 현재 4%대인 유럽중앙은행 기준금리를 감안하면 조달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환사채로 발행하게 되면 현재 낮아진 주가 탓에 전환가액도 낮아지고 전환사채 인수자들은 공모가(5000원)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주들의 주식 가치는 희석되고 추후 배당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소액주주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리파이낸싱 조달 방법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최근 주가도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주가는 지난 20일 종가 기준 3645원을 기록했다. 1년 전만 해도 4000~4100원선에서 거래됐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그리며 1년 사이에 11.1%가 하락했다. 지난달 20일에는 357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 리츠주들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것과 대비된다.
이에 주주들은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지 않도록 전환사채 발행이 아닌 현지 대출로 차입금을 마련할 것을 이사회에 요청한 상태다.
소액주주연대는 소액주주 지분율을 더 모아서 다음 정기주총에서는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을 올리는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율이 7.48%, GVA자산운용이 6.62% 수준이다. 주주연대는 소액주주 지분율을 높이면 표 대결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제이알투자운용은 입장문을 내고 “국내외 금융조달이 부진한 경우에는 최악의 상황도 함께 대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신중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주주의 고통이 수반되는 방법들로 운용사로서는 피하고 싶은 수단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브뤼셀 파이낸스 타워와 맨해튼 498 세븐스 에비뉴의 강건한 펀더멘탈을 생각하면 연내 금융조달 확정, 장기 배당전망 확보 등으로 불확실성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저희에 대한 주식시장의 시선이 달라지며 지금의 상황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