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 뒤늦은 ‘황금 낙하산’ 공시… 소액주주 반발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23 15:48

펩트론, 유상증자 두 번 정정돼서야 거액 퇴직금 공시

최호일 대표, 구주 매각으로 현금 100억원 이상 확보

신주 인수 49억원 불과…1200억 유증 자금 ‘주주몫’

펩트론

▲펩트론 CI.

신약 개발업체 펩트론이 황금 낙하산 조항이 정관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소액주주에게 자금을 조달하고, 최대주주는 구주매각까지 진행하는 상황 속에서 최대주주는 본인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펩트론은 유상증자에 관한 증권신고서를 두 번 정정했다. 주요 변경 내용은 '구주매각 및 청약 등에 따른 최대주주 지분율 변동 및 경영권 안정성 관련 위험'의 내용이다. 그리고 황금낙하산 조항이 담긴 40조를 공시했다. 40조에는 '이사의 보수와 퇴직금 조항에는 대표이사가 자진퇴임이나 기간만료에 의한 퇴임의 경우 이외에 적대적 기업인수 및 합병으로 인해 임기 중 해임된 경우에는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 의한 금액 이외에 근속기간에 따른 퇴직금누계액의 이십(20)배를 퇴직보상액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황금낙하산이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인해 기존 임원이 임기만료 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임하게 될 경우, 해당 임원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황금낙하산은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할 요소가 있다. 이 같은 위험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가 앤케이맥스다.


지난 1월 박상우 앤케이맥스 대표이자 전 최대주주는 증권사의 반대매매로 12.94%에 달했던 지분이이 0.01%까지 쪼그라들었다. 회사는 의견거절을 받았고 거래는 정지됐다. 33.46%에 달하는 주주들은 문제 해결을 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집결했다. 회생절차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관리인이 사내이사로 합류했지만 현재까지도 엔케이맥스의 대표는 박상우 씨다. 엔케이맥스는 대표이사 및 이사가 임기중 적대적 기업인수 또는 합병으로 인해 해임 또는 퇴임할 경우 대표이사에게 100억원 이상, 이사에게 30억원 이상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엄수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국내 상장사 황금낙하산 도입 현황'에서 황금낙하산에 대해 “전체 주주의 권익 보호가 아닌, 대주주나 기존 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황금낙하산 제도 도입은 기업가치 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주 팔아 신주 인수하는 '최호일 대표'

최호일 펩트론 최대주주이자 대표의 펩트론 지분은 많지 않다. 23일 기준 8.37%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자를 포함해도 9.45%다.




통상적으로 30%를 보유해야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다고 평가받으며, 10% 미만인 경우에는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최 대표는 이번 유상 증자 과정에서 구주 매각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또 배정받는 신주는 처분하려는 구주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지분율을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기존보다 1.56%포인트 줄어든 6.81%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아울러 최 대표는 일련의 거래로 상당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만약 22일 종가로 최 대표가 매각하게 된다면 그는 133억7500만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되며, 신주 인수 자금으로는 48억9000억원만 투입하기 때문이다. 12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대금은 일반 주주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대규모 유상증자, 성장 비전 속 오너의 '황금낙하산'

오송 바이오파크

▲펩트론은 유상증자로 1200억원을 조달해 오성바이오랜드에 공장을 신설하고 설비를 증설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펩트론은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글로벌 기준(cGMP)에 부합하는 오송바이오파크 신공장을 건축할 예정이다. '조 단위' 시가총액까지 몸집을 불린 펩트론의 성장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는 이제 필수 과정이다. 그렇기에 허가용 임상(3상) 단계부터 생산 및 판매를 위한 품목허가까지의 시설은 동일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펩트론의 설명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유상증자 관련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펩트론이 전달한 메시지 속에서도 임상 성공에 대한 견해는 상이하다. 펩트론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글에서는 “스마트데포 기술에 의한 1개월 지속형 비만 치료제는 우수한 기술력과 효능으로 시장성이 확실시되고 또한 임상 실패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지만, 증권신고서에서는 “임상시험 실패에 따른 위험이 내포한다"면서 “이 경우, 연구개발비용 외에도 유상증자 대금으로 건설하는 신공장이 유휴시설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펩트론은 조 단위 기업으로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가총액이 15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오너는 구주 매각을 발표했고, 최초 유상증자 공시에는 황금낙하산 조항이 있음을 알리지 않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오너의 지분율이 떨어진다면 그만큼 실패했을 때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라면서 “게다가 바이오 회사는 특별한 기술을 개발해야 하기에 주주들이 경영진에 의지하는 정도가 다른 산업군에 비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오너가 황금 낙하산 조항으로 본인은 보호하고 있는 가운데 유증은 참여하지 않고 구주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면서 청사진을 주주들에게 설득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 오너가 1년 반 사이 10배가 뛴 회사의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자금 조달 부담을 기존주주에게 전가한다는 내용 역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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