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장기 불황기 ESG 경영의 난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23 13:56

윤동 산업부 기자


윤동 산업부 기자

▲윤동 산업부 기자

“잘 나갔을 때 했던 구두 약속을 너무나도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꼭 지켜야 할까요?"




얼마 전 만난 대기업 임원이 장기 불황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난제라며 내놓은 질문이다.


개인의 삶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역할이 사적 이익의 극대화에 국한되기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ESG 경영은 최근 5년여 기간 동안 국내 재계의 가장 큰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모집한 자금을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하도록 한정한 ESG채권의 신규 발행 흐름만 보더라도 최근 5년여 동안 재계의 관심이 급격히 커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국내에서 발행된 ESG채권은 1조2500억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2021년 86조7510억원으로 3년 만에 69배 이상 늘었다. 당시 국내 많은 기업들이 2040~2050년까지 현재의 화석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 하겠다는 내용의 과감한 약속을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2022년부터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분쟁 등이 발생하면서 에너지와 천연자원의 희소성이 치솟고 반대로 당장 이를 대체하기 어려운 친환경 에너지 및 관련 프로젝트의 가치가 급락했다.


이에 ESG 프로젝트에 대한 재계의 관심도 줄어드는 추세다. ESG채권 신규 발행은 2022년 57조4804억원, 지난해 75조5305억원으로 2021년 수준에 미달했다.




불황이 2~3년 동안 장기화되면서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호황이었던 2021년 이전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직 10여년 이상 약속 기간이 남았기에 당장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불황이 향후 몇 년 동안 이어진다면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점은 기업의 수익성과 ESG가 완전히 대립되는 목표는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하나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경우에 따라서 동시에 추구해야할 가치에 가깝다.


이를 감안하고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수익성에서 눈을 돌린 ESG 정책은 결국 허무해질 수밖에 있다.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도입한 기업도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ESG는 '기업을 옥죄는 또 다른 규제'가 아니라 수익성을 포함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돼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자리매김할 때 ESG의 가치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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