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대주주 넘겨라”…에프앤가이드, 경영권 분쟁 ‘격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24 14:29
에프앤가이드 CI.

▲에프앤가이드 CI.

에프앤가이드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중이다. 화천그룹 측이 에프앤가이드 자사주를 최대주주인 화천기공에 넘기라 했으나 이에 불복하면서 일어난 것이다. 화천그룹이 법원을 통해 3세들을 신규 이사진에 편입시키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일정을 일방적으로 정하면서 김군호 전 대표이사 등을 포함한 사내 임직원들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13일 김 전 대표가 회사를 상대로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 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임시주주총회 안건은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와 김현전 동양생명 자산운용부문 부사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이다.


앞서 작년 화천기공 대표를 겸직하는 권형석 씨가 임시주총 소집을 법원에 제출하고, 사내이사 유병진과 김희수 씨를 선임했다. 또 김기태, 이종승 기타 비상무이사 선임 등 4명의 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올렸다. 이후 2주 만에 김 전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사임했다.



지난 2일에는 권형운 씨가 회사를 상대로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임시주주총회 안건은 권형석 씨와 권형운 씨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의 건이다.


권형석 씨는 권영열 화천그룹 회장의 아들, 권형운 씨는 권영두 화천그룹 부회장의 아들이다. 권형석 씨는 권형운 씨와 화천기계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화천기공 대표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현재 에프앤가이드의 최대주주는 화천기공이다.




창업 당시 자금지원을 했던 권 회장과 김 전 대표이사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권 회장과 김 전 대표이사는 20여년간 재무적 투자자로 지냈다. 국내에 벤처캐피탈이란 개념이 도입되기 전 초기자금을 지원한 권 회장과 에프엔가이드 창업자로 피투자자인 김 전 대표가 20여년만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대표이사는 권 회장으로부터 지난 2005년 10억원을 지원받았다. 투자 당시 에프엔가이드 순자본은 20억원에 그쳤다. 현재는 600억원 수준으로 순자본이 늘어났다. 자산총계는 900억원대, 시가총액은 2600억원 상당으로 불어나 회사 가치가 130배 이상 늘었다.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상당하다. 화천측이 41.08%를 확보한 데 반해 김 전 대표이사 측의 지분은 29.32%에 불과하다. 지분 29.32%(332만여주)를 들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최종 선택은 다음달 31일 예고돼 있다.


김 전 대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김 전 대표는 권 회장을 만난 시기 삼성증권에서 기계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관계를 이어왔다.


이후 김 전 대표는 회사를 설립한 2000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줄곧 대표이사를 맡아 일선에서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설립 당시 에프엔메신저는 현재 카카오톡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이었다. 화천그룹이 에프앤가이드 투자 당시 연이은 결손으로 회사의 납입자본금 65억원 중 남은 순자본은 고작 20억원에 불과했다. 권 회장은 여기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주당 투자금은 액면가 500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00원이었다.


김 전 대표이사도 삼성에서 사내벤처로 분사 당시 액면가로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화천이 액면가 절반 이하에서 인수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값에 지분을 사들였다.


에프엔가이드는 창업 10년차인 2009년(제10기)부터 배당을 꾸준히 진행했다. 당기순이익의 30% 가량을 주주몫으로 돌려줄 정도로 배당성향도 업계 평균을 웃돌았다. 화천그룹측의 원금 회수기간이 그만큼 단축됐다는 평가다.


에프앤가이드는 2028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8%,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 15% 달성 등 중장기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최소 배당성향 26%를 유지하고 상향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에프앤가이드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 확대 △인덱스 역량 강화 △퇴직연금 사업부 설립 △인공지능(AI) 활용 확대 등 사업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경영권 분쟁이 확대되면서 에프앤가이드 주가도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강세다. 특히 전날 화천기계가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계열사 에프앤가이드 주식 36억원어치를 추가 취득한다고 밝히면서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화천기계 측은 “36억원을 한도로 승인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36억원을 한도로 주식을 추가적으로 취득할 예정"이라며 취득 방법과 관련해 “유가증권시장을 이용한 장내 매수"라고 밝혔다. 아울러 “취득예정일자는 매수 진행상황 등 기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며 “추후 확정되는 시점에서 이를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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