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 ‘치밀한 경쟁’ 보여줘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24 13:20

금융부 나유라 기자

나유라 기자

신한은행이 이달 23일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신한은행 발표 직후 KB국민은행도 책무구조도 기반의 내부통제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자 10월 말 예정인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책무구조도란 지배구조법상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하는 문서다.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내년 1월 3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10월 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제출하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관리 의무가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아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이에 신한은행은 당초 당국이 예고한 시기보다 한 달 먼저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대부분의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융권에 횡령, 배임, 부당대출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도입하면 이를 기반으로 내부통제 강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금융사들은 얼마나 더 많은 상품을 빠르게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수익을 올리는지가 핵심성과지표(KPI)의 기준이 됐다. 결국 금융사 일부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금융상품에 대한 위험성, 중요사항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상품 판매에만 혈안이 된 탓에 고객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는 고객들이 금융사의 영업행위를 신뢰하지 않고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사들의 경쟁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금융사 관점이 아닌 고객 관점으로, 판매 속도는 다소 느리더라도 질적인 상품을 꾸준히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책무구조도 경쟁처럼 어떻게 하면 더 고객을 보호하고,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내부통제 문화를 어떻게 하면 견고하게 강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이는 곧 고객들에 대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내부통제 강화라는 건강한 경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금융사들이 목표로 하는 회사의 성장도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부문에서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절박함과 전향적인 자세, 그것이 곧 K-금융을 세계에 알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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