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확실히 둔화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 없어”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올해 2~3월부터 상승하던 주택가격 모멘텀이 최근 들어서는 소폭 꺾였다"며 “그러나 아주 초기 단계로, 데이터를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25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 위원은 “6월부터 집값이 급등하는 신호가 오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급등할 지 솔직히 예상 못했다"며 “7월 물가, 내수 관계를 보면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집값, 금융안정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최근 전주 대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주춤해졌지만, 아주 초기 단계"라며 “집값이 꺾이는 게 추세적인지, 일시적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저라고 기준금리를 내리고 싶지 않았겠나"라며 “(집값 급등 관련)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지만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주택 가격 급등,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 신 위원은 “주택은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산이자 구매력을 보존해주는 투자 자산이고, 레버리지를 수반한다"며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봐도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간 상관관계가 높은데,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된 것도 주택가격 상승에 기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로 인해 7월 이후 금통위가 의사결정을 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며 “지금은 주택이 위험 요인으로 등장해서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브레이크를 떼고 엑셀로 옮길거냐 하는 건 주택, 내수,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택가격, 가계부채 증가 모멘텀이 완벽하게 둔화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여유가 없다고 했다. 신 위원은 “한국은행은 리스크 매니저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며 “최대한 균형잡힌 시각으로 엑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조절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주택가격, 가계부채) 모멘텀이 확실하게 둔화된 후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우리나라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데 대해서는 “선제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며 “미국은 고용과 물가 간에 상관관계를 볼 때 물가 우려가 많이 해소된 상황으로, 이는 우리랑 비슷하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물가 부담이 덜하고, 고용도 나쁘지 않다"며 “그럼에도 미국이 빅컷을 단행한 건 선제적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기에는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 위험이 크게 부각됐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분명한 위험요인이 부각됐는데, 내수만 보고 금리를 인하하면 위험이 통제 불가능한 범위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런 결정(기준금리 동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위원은 “10월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저도 모른다"며 “(10월 금통위까지) 경제상황, 시장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나"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