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가 66만원→75만원
MBK, 영풍에 3000억원 추가 차입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
“이제 시작이다."
한 포털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를 상향 조정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MBK측의 선재공격에 고려아연 경영진 측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는 한편, 기존 주주들은 추가 주가 상승 기대감에 한껏 들뜬 모양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이날 MBK파트너스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13.6% 상향했다고 공시했다. 영풍정밀도 기존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 인상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8%(9000원) 오른 71만3000원을, 영풍정밀은 9.67%(2200원) 급등한 2만4950원으로 각각 장을 마쳤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달 초 50만원 초반에서 움직이다가 지난 12일 MBK가 다음달 4일까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 최소 144만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1%)를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히자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장중 75만3000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하지만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고점 매도 물량이 유입됐고 지난 24일에는 69만90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영풍정밀 역시도 주당 9000원이던 주가는 지난 13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2만원선을 돌파했고, 이날도 오름세를 나타내며 장중 2만5300원을 기록,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이번 공개매수가 상향으로 MBK의 최대 목표물량인 302만4881주(발행주식총수의 14.61%)의 공개매수대금은 기존 1조9998억원에서 2조2721억원으로 늘어났다. 공개매수대금 중 5000억원은 MBK의 자기자금으로, 1조5000억원은 공개매수 사무 취급 증권사인 NH투자증권으로부터 차입해 마련했다. 공개매수가격 인상으로 추가된 대금은 영풍으로부터 3000억원을 차입했다.
최 회장 측은 MBK측의 이 같은 조치를 이미 예상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한 2000억원 조달 이후, 27일 추가 CP 발행을 통해 2000억원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다.
현재 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 33.13%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의 지분은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물량을 포함해 총 33.09 수준이다. 국민연금(7.57%)과 고려아연 자사주(2.39%)를 제외한 유통 물량 약 22.8%가 공개매수 대상이다.
증권가에서는 공개매수가격이 현재 주가를 웃돌고 있는 만큼 투자심리도 자극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 변동폭이 커진 만큼, 손실도 커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 주가가 70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MBK 측이 공개매수가를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낭이 나온다. 일반주주 가운데 최소 최소 6.98%가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공개매수가 무산된다.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포럼은 논평을 통해 “자본시장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라며 “주식 공개매수는 고려아연 뿐만 아니라 저평가된 국내 상장사 주주들이 가진 '그 외의 다양한 권리'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개매수 기간까지의 주가 흐름, 공개매수가 상향 여부와 최 회장의 대응전략 등에 따라 고려아연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으로는 양측의 공개매수가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투심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